죄와 벌 - Minjoong Classical Literature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노병호 옮김 / 민중출판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여기 쓰레기 같은 자가 있다. 가난한 자들의 피를 빨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 인간으로서 최소한 동정심도 없는 자,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게 인류에게 이바지하는 길인 자.

그리고 이러한 자들을 그저 욕하거나 딱하다 동정하기에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가련한 인간이 있다. 이 자들을 죽이면 못다한 학업을 마칠 수 있고 출세하여 장남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가엾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들, 오빠가 될 수 있다. 또 누가 아는가? 그 악덕한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살해하여 얻은 돈으로 쏘냐처럼 착하고 불쌍한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을 구제할 수 있을지. 물론 모든 이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기준으로 함부로 살해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신은 보다시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과연 신이 있기는 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찌 이런 부조리를 그저 보고만 있느냔 말이다. 그러니 역사가 수 없이 해온 일-선택받은 몇몇 비범한 이가 저지른 일들이 죄가 될까? 내가 하리라. 내가 그 노파를 죽이리라.

그리하여 라스꼴리니코프는 노파를 죽인다.

그러나 라스꼴리니코프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노파가 아무리 악한 자라도 그럴싸한 논리로 합리화하기에는 내 양심이 너무나 아프고 괴로움을. 그 행위가 어쩔 수 있는 '죄' 임을.

범죄 후에 괴로워하던 라스꼴리티코프는 착하고 순수한 쏘냐에 의해 자수를 하고 마침내는 구원을 받는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범죄에 이르리까지의 과정과 그 후의 심리 변화는 참으로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누구에게나 납득할 만한 이유로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으면 그만 포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내가 그 인물들 안에 있는 것처럼 인물들의 심리가 잘 전달되고 있어 그 가엾은 영혼들을 쏘냐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그 주변 인물들의 생각, 행동으로 보여지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 작가의 신념들은 과연 대단하다. 고전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그 빛을 발한다. 더 성숙한 후에 다시 접하면 그 가치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지...

그리고 쏘냐. 내게도 그런 이가 있었다면. 방황하는 나를 일으켜세워 진리를 깨우쳐줄 이, 괴로워 지친 순간에, 그래서 그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가만히 문 밖에 서서 지켜봐 줄 이가 있다면...

나는 아직도 많이 삐딱하기에 사실보다 앞서는 진리를, 지식보다 앞서는 신앙을, 부당함이나 부조리보다 앞서는 포용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위대한 사랑을 애써 부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라스꼴리니코프처럼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진리이고 사랑임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애써 부정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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