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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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책을 사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책에 대한 깊이, 내공이 아직 부족한 내겐 그녀의 글들이 좀
밋밋하거나 따분하게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라딘에 소개된 위의 몇 줄을 읽고 단박에 구입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공감속에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뭐라 정확이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내 마음들이
그녀의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죽음으로 어머니를 잃고, 또 지난 몇 년간 아끼던 지인들을 잃은 그 잃음의 슬픔들..
주님을 고백하며 사는이가 느끼는 세상사의 관계와 감정의 어려움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난 밑줄을 긋고 큰 원을 치며 위로받고 공감을 표시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못 받아들이는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머리로는 '축복으로 생각해야지.' 결심하지만 실제의 행동으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짐이네.' 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갈등도 그만큼 심하되는 것이리라.
 
"일상의 평범한 일들과 시간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잘 꺼내고 펼쳐서 길이 되게 하자.
이 길로 자주 이웃을 초대하자.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 마주치게 될 크고 작은 일들이
잘만 이용하면 모두 다 나에게 필요한 길이 될 것임을 믿는다.
 
빈소, 장례미사, 하관예절에서는 모질게 맘을 먹고 잘 절제하여 그런데로 넘어갔지만,
막상 모든 일이 끝나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와서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
자꾸만 눈물이 나 지금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성당에서 기도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책을 읽다가, 빨래를 하다가, 산책을 하다가 문득문득 콧날이 시큰하고, 눈물이 고이고,
나의 전 존재 밑바닥에서 울음이 차오르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부재가 주는 공허함과 쓸쓸함은 그 무엇으로도 대치할 수 가 없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절절하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크게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이들을 보면 '나도 그래야지' 결심하게 된다.
사랑의 길을 잘 걸으려면 예민한 귀와 눈과 마음이 필요하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중심이 딱 잡힌다. 눈빛이 깊어지고 마음 속에 샘물처럼 차오르는 것이 있다.
책 한 권과 만나 인생이 뒤바뀐다. 책 한 권 때문에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책의 한 대목 앞에서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고, 감전된 것처럼 전율을 느낀다.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읽은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존재 차원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이다."
(정민의 <독서의 보람> 중에서)
 
꽃이건 나무건 옛것이 자꾸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인생에서 피해 갈 수 없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
고통이라는 부정적 요인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
병이 들거나 불행이 닥쳤을 때 그것을 역이용해서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용할 가치가 있으며 인생에서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엔도 슈사쿠)
 
"자신의 삶이 어떻게 꽃피었는지, 또 꽃필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식물의 생명이 물을 요구하듯이 우리에게는 눈물이 요구된다.
흘린 눈물의 양이 사람을 승화시킨다."
(윤후명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중에서)
 
주님. 제가 그토록 원하는 영적 갈망을 참되게 구해야만 주시지요?

그냥 가만히 무기력하게 있으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지요?...
요즘은 메마른 것 같으면서도 새 발자국만 보아도, 해 아래 환히 핀 안개꽃과
밤에 불 켜진 우리 수녀님들의 방만 바라보아도 눈물이 나곤 합니다.
예민한 것을... 좋게 이용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 제겐 언제나 호흡처럼 당신의 자비가 필요합니다.
 
진정 사랑하면 단순한 뜨거움이 생깁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합니다.
영적 갈망이 저절로 생겨날 수 있는 사랑의 단순함!
제가 구한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기쁨
사랑하는 이로부터 이름을 듣는 반가움!
서로를 불러 주는 이름 외엔 긴 말이 필요 없다.
그래요. 사랑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는 그 사이의 '침묵'을 통해서 신뢰가 깊어 가는 것!

주님.
당신의 마음에 드는 작은 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며 깨어 있고 싶습니다.
먼 이웃에게, 함게 사는 가까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희망은 인내의 열매지요?
견디는 것만이 승리임을 요즘은 더욱 믿습니다.
사는 것은 견디는 것입니다.

살이 있는 모든 날에 주님을 생각하는 기쁨의 설렘이 지속되게 하소서.
늘 콩콩콩 큰 소리로 가슴이 뛰진 않더라도 일상의 삶 전체에 흐르는 잔잔한 기쁨으로
저의 삶도 그대로 송가이게 하소서!

'자기 자신을 열심히 갈고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수기안인(修己安人)의 덕목
친절함, 한결같음, 남을 편하게 해주는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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