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널 떠났고, 난 여기에 있어.내가 영원히 잃어버린 다리가 중얼거린다. 그것은 때로는 주먹만 한 크기로,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이 거대한 크기로 나의 신체에 덧붙여진다. 원래나에게 존재하는 신체처럼,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 발끝을 접었다가 펴고, 발목을 움직이고, 발바닥을 아치 형태로 만든다. 그 감각은 너무나 생생하다. 그림자 다리가 나에게 말한다.그것 봐. 이제 나를 잘 봐. 나는 결코 사라지지않아. - P14
소마는 이오페가 들려주는 내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사랑했다. 아무리 들어도 그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만지는 것이 보이고,보이는 것이 들리고, 들리는 것이 맛과 향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사랑했다. 그들의 눈은 바깥으로, 또는 안쪽으로 서로 다른방향을 향하고 있었기에 결코 같은 세상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는 같은 세상을 보고 같은 감각을 체험했다. - P338
너무나 이론적으로 보이는 수학조차도 사실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행동의 원리를 해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조금 더 원리적인 부분을 다루는 과학은 말할 것도 없죠. 과학은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토대입니다. 생활의 일부죠. 우리의 생활이라는 것은 그대로 인문학이 됩니다. 그러니까 과학 역시 인간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 지식이죠. - P97
그러면 우리가 자아의 신화를 발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 자아의 신화라는 거창한 말을 써서 그렇지, 그냥 자신의 인생에대해서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종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억지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존재만으로 감사하는 거죠. 그것이 우리 주변을 황금으로 만드는 비결인 겁니다. - P142
선으로 된 세상, 납작한 세상, 볼록한 세상
물리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는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완벽한 상(像)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지지부진한 삶을 꾸려나가야하는. 혹은 답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답하고자 노력하고, 완벽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매달리는인간의 노력에는, 정말이지 속수무책으로 굴복하고 만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뛰어드는 모든 것에나는 늘 약하다. 도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멈추지않는 모든 것에 나는 늘 약하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시시포스의 기꺼운 패배자이다.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