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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평점 :
"재미없어요!"
"전 이런 책 좋아요."
사실 이 책은 개인의 취향과 전혀 상관이 없다.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자 후속작품이다. 사실 자본주의의 폐단을 꼬집어 말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할 추천도서로 선정한 것은 자라는 후세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 이면의 세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인문학 수업 시간에 문학 고전이 아닌, 사회와 관련된 일반 도서를 추천한 것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또 다른 자본주의의 실체를 꿰뚫어 보는 시각을 제자들이 지니길 갈망했기 때문이기도.
아이들이 '재미'라는 단순한 논리로 이 책을 쉽게 평가하기에는 책에 담긴 진실이 너무 뼈아프다. 폰을 터치한다. 카톡을 연다. 프로필 음악으로 지정된 멜론의 팝을 듣는다. 메일을 연다. 알라딘에서 리뷰를 써달라는 내용을 파악한다. 그리고 알라딘에 로그인한다. 그리고 지금 컴퓨터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전자 기기의 부속품으로 쓰이는 어느 물질을 위해, 지금 이 시간 누군가는 학교가 아닌, 학원도 아닌, 집도 아닌 어느 깊은 광산에서 몸을 숙여 그 물질을 캐고 있으리라.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독점. 전 세계 원주민들을 무시하고 거대 자본으로 쉽게 땅을 사고 광맥이 묻힌 산을 사고 공장을 짓고 헐값으로 노동력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 책의 존재와 상관없이 잘 살고 있다. 천년 만년 인생이 계속될 것처럼 말이다.
<로컬의 미래>,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에서도 인간의 탐심은 여실히 드러난다. 의식있는 작가들의 날카로운 날처럼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티비 광고들과 앞서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현대 문명들.
그런데 누군가는 하루 일당 380원을 받고 광도에서 묻힐 위험까지 감수한 채 가족을 먹여 살리려 애쓰고 있다. 마치 목숨이 두 개나 되는 것처럼. 이 책이 답을 주지 못한다 해서 읽어볼 가치까지 없겠는가. 진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을 뜨고 의식이 깨어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시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유의 땅에 태어난 우리들. 그래서 더 모른 척 하면 비겁한 일이다. 올해 상반기에 나의 가슴에 불을 지핀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