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수잔 패트런 글, 김옥수 옮김, 맷 팰런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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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소녀 럭키는 고아다.

엄마는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고, 아빠는 럭키와 함께 살기를 거부해서, 지금은 아빠의 첫째부인이었던 브리지트 아줌마와 살고있다. 하지만, 브리지트 아줌마는 고향인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럭키는 생존배낭을 챙겨서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항상 등에 메고 다닌다.

열한 살짜리 아이의 생존배낭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그 배낭을 챙기는 아이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나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럭키라는 소녀가 고통을 찾아내고 극복하는 과정을 철저히 아이의 시각에서 그려낸 성장동화이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럭키의 환경은 절망적이다.

럭키가 살고있는 곳은, 캘리포니아 사막의 하드팬이라는 조그만 마을인데 43명 밖에 안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부의 배급식량을 받아야할 정도로 가난하다. 럭키의 집도 트레일러를 이어만든 곳이다.

부모도 없고 지금의 보호자는 아빠의 전부인이니 럭키를 맡아 키우는 일이 달갑지 않을 듯 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고 어른인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럭키는 다르다.

자신의 마음 속에 부모의 애정의 결핍으로 생긴 커다란 구멍처럼 ‘현대미술 풍경 박물관 관광안내소’ 담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어른들의 모임을 엿보며 거기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낼 수 있는 내면의 강력한 힘을 알아내려 애쓴다.




유일한 보호자인 브리지트 아줌마가 프랑스로 돌아가려 한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스스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 생존배낭을 메고 모래폭풍 속 사막으로 떠난다.

환경이나 상황의 어려움을 맞서는 아이의 용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놀랍고도 안쓰러웠다.

혼자 서기엔 아직도 너무나 어린 나이의 럭키에게 또 어떤 일들이 찾아올지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소녀의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럭키는 모래폭풍도 자신을 둘러싼 슬픈 운명도 모두 이겨내고 용감하게 자신의 행운을 되찾는다.




아름다운 빨간 실크드레스를 입고 달빛 아래에 서서 엄마의 유골을 미풍 속에 날려보내는 럭키의 모습을 보며, 소녀의 앞에 모인 마을 사람들처럼 내 눈에도 맑은 눈물이 고였다.

비로소 엄마의 유골가루와 함께 가슴 속에 맺혔던 슬픔을 날려보내고, 브리지트 아줌마와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된 럭키의 용기에 힘껏 박수를 보냈다.

열한 살,

작게만 보았던 아이의 커다란 용기에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고맙게도 내곁에서 해맑게 웃어주는 내 딸들에게도 럭키의 행운과 용기를 나누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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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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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4학년 때이던가 처음 아파트 비스무리한 연립으로 이사가던 날

세상에서 젤 멋진 집으로 이사가는 듯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아서인지

아니면 문만 닫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어서인지......

암튼 내 밑에 사람살고 또 그 밑에 사람 살고 ...... 알고 보면 참 아파트란 씁쓸한 집이다.

 

그런 아파트에서 현재형으로 살고 있는 나도

기실은 아파트가 좋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갑자기 멀쩡한 집이 싫어졌다.

이유는 하나, 마당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심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내일만을 사는 것처럼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만난 이 책은

10년 후를 보고 산에 밤을 심는 어린 부부의 이야기를 던져 준다.

10개월 아니 10일동안의 기다림도 힘들어진 요즘의 속전속결 시대에

지금 배를 곯아가며 10년후를 위해 밤을 묻는 이들을 누가 바보라 손가락질 하지 않겠는가

바구니에 남은 밤 한톨마저 부엌 뒤 마당 한켠에 심고 행복해하는 이들의 모습이

일견 어리석고 철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자란 밤나무가 어느새 100살이 되고,

그 아들의 아들뻘인 어린 밤나무가 옆에서 자라면서 둘이 나누는 대화는,

이제까지 들어왔던 어떤 말들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었다.

제자리에서 한걸음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면서도

가지가 부러지는 비바람도, 눈보라도 견디어내며,

자신을 친구로 대해준 사람과의 교감을 나누는 나무의 모습에

홀린 듯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것들 중 하나였던 나무가 어느새 달리보인다.

겨울로 가는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잎을 떨구고 있는 저 나무들도

보이지않게 안으로 혼자 내년의 새봄을 준비하고 있겠지 싶어 안쓰럽고 한편 장하다.

 

내 집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마당이 없다.

대신 내 안에 나도 씨앗 하나를 묻으려한다.

그 싹이 틔우고 나무 한그루가 자라기까지 몇년이 걸릴지는 모르나,

긴 세월을 함께 할 그 나무가 있음에 행복할 그런 나무를 가꾸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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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말리!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강아지와 함께한 행복한 날들
존 그로건 지음, 임미경 옮김, 리처드 코드리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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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두 공주의 소원 중 으뜸은,

우리집에도 인형이 아닌 살아있는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다.

애들에겐 미안하지만, 사람 둘 키우느라 먹이고 입히고 뒤치닥거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에 부치는 엄마로서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안 돼!!!"

집안 곳곳 특히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볼일을 봐 놓고도 시침 뚝떼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고,

심심풀이로 신발을 물어뜯고 씹고 침흘려 놓기 일쑤일테고,

그녀석의 털이 옷과 음식물 등에서 난무하는 모습을 당연시해야 할터인데

으으~~~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하다. ㅠㅠ

 

바로 그 녀석이 이 그림책에 있다 ㅋㅋㅋ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라는 타이틀을 가진 강아지답게

충분하고도 넘칠만큼의 일들을 하고 다니는 말리......

변기에 몸의 반을 쳐박고 물을 마셔대는 말리의 모습을 보며

울 둘째 꼬맹이와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맙소사!!!

 

너무나 당연히 쓰레기통도 뒤져 엎고, 휴지도 당겨 풀어놓고,

엄마의 안경을 씹고, 아빠의 돈도 삼킨 말리에게 온 가족이 소리친다.

'안 돼, 말리!"

아기 루이까지도 외친다. "마이아, 앙 대!"

그뿐인가~

온집안을 눈보라친 듯 하~~얗게 만들어 놓고 제 몸에도 소파 속 깃털을 한바탕 뒤집어쓴 말리의 모습에 울 작은딸과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에구 못 말리는 말리......

역시 개를 안 키우길 잘 했어 큰일날 뻔했다고 내심 흐뭇해하며 책장을 넘긴다 ^^;;

 

그런데, 다른 집으로 쫓겨갈 위기에 처한 말리가

루이를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낸다.

드디어 "말리야, 잘했어!"라는 칭찬을 온 가족에게서 듣게 되는 말리!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춤을 추는 모습에 또한번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리고 당연히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말리의 행복한 얼굴이

책장을 가득채우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사랑스러운 말썽꾸러기 말리의 모습을 미워할 수 없도록 너무나 귀엽게 그린 삽화가

단연 압권이다.

누구든 웃지 않고 이 책을 읽어낼 재간은 없을 것이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같은 그림책이다.

(하여 나는 강아지 대신 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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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 - 범이 꾸짖다/요술 구경 샘깊은 오늘고전 5
박지원 원작, 박상률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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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럽고,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책크기하며,

고전분위기에 어울리는 수묵화? 담채화? 암튼 그 그림들도 익살맞고 독특한 것이

이 책을 보는 순간 맘에 들어 읽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난다 ㅎㅎ

 

<열하일기>, <양반전> 등으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연암 박지원의 단편 중

양반전, 범이 꾸짖다, 요술구경 세 편의 이야기가 실린 책이다.

 

<양반전>은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다시 읽어도 구절구절 양반을 풍자하는 박지원의 은근한 독설이 맛나다.

‘술을 마실 때 수염에 술이 묻더라도 빨지 말 것이며 담배를 피울 때는 양 볼을 씰룩거리지 말 일이다. .......(중략) ......

살림이 바닥나 시골에서 가난한 선비로 살더라도 목에 힘을 주고 살 수 있으니 이웃의 소를 끌어다가 내 밭을 먼저 갈게 하고 마을 일꾼을 데려다가 김을 매게 할 수 있다. 그런다고 어느 누가 거역할까...... (중략) ......

“그만, 그만 하시오! 듣고 보니 어이없는 짓이구먼요. 나를 이제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요?”’

정조임금으로부터 격식 없는 문장을 쓴다고 꾸지람을 받았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그 시대 주류인 양반을 질타하는 양반전과 같은

자유롭고 날카로운 글을 쓴 박지원의 배짱에 놀랄 뿐이다.


학교 때 <호질(虎叱)>로 배웠던, <범이 꾸짖다>는

연암의 풍자와 해학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야기이다.

사람들로부터 어질고 덕망있다 칭송받는 선비 북곽선생이 과부방을 드나들다 들켜

도망치다 똥구덩이에 빠지고 범을 만난다.

살아남기 위해 범에게 아첨을 떠는 북곽선생에게 범이 일갈한다.

‘아예 내 앞으로 오지도 마라. 내 듣기에 선비를 뜻하는 글자 '유儒'는 아첨 떠는 짓을 뜻하는 글자 '유諛'와 통한더더니 과연 그렇구나.'

 

길게 이어지는 범의 꾸짖음은 어찌나 논리정연하게 인간의 특히 선비의 의롭지 못함을

논하는지 읽고 있는 내가 다 동물보다 못한 인간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특히 범이 떠난 뒤에도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해대고

농부에게 둘러대는 북곽선생의 모습은 유약하고 겉치레뿐인 양반과 선비를

바닥까지 까발려 조롱하는 풍자와 비판이 속시원하다.

 

<요술구경>은 [열하일기]에 실려있는 글이다.

박지원이 열하의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요술을 보고,

기록문의 형식으로 눈에 보이듯 기록한 글이다.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너무 놀라워 섬뜩한 요술 구경 스무마당을 구경한 뒤

박지원이 조광련과 나눈 이야기 속에

마음에 새겨둘만한 말들이 있다.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참과 거짓을 살피지 못한다면

눈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늘 요술쟁이에게 속고 마는 까닭은 눈으로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리어 눈 부릅뜨고 보는 것이 탈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요.'

 

눈을 뜨고도 볼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위선이 판치는 이 세상에도 연암의 날카로운 한마디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책을 읽은 탓에

생각의 무게도 적지 않게 느껴지는 듯 하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 싶은 나누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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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로 국을 끓여 - 해학이 담긴 우리 옛이야기
김원석 지음, 박경수 그림 / 자람(엄지검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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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독서도 논술을 위한 준비단계로

유아기때부터 이미 엄마의 발빠른 전략에 의해 읽을 책 분야도 세세히 나뉘어져서 있다.

(원리과학, 과학동화, 자연탐구,수학동화, 논리동화, 사회탐구, 명작동화 등등 )

 

우리 어릴 적도 그랬던가???

물론 그 시절에야 일본의 명작전집 번역본과 어린이만화월간지 정도 밖엔 없던 시절이라

비교 대상이 안되겠지만,

암튼 어쩌다 구해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다보면 자려고 누워도 머릿속에

이야기의 주인공이 어느새 나로 바뀌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기 일쑤였다.

책은 말 그대로 즐거움을 주는 존재였다.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푹 빠져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교훈도 얻게 되고, 지식도 얻게 될 터인데,

지금의 우리아이들은 본말이 전도된 독서교육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서론이 길어졌다. ㅠㅠ

 

이 책을 펼쳐들고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릴 적 너무나 재미있게 읽던 바로 그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말도 안된다 싶으면서도 악의없는 허풍쟁이같은 그 이야기들이 주는 웃음을

오늘 읽으며 똑같이 웃었다.

더 반가운 것은 그 옛날 내 모습을 닮은 우리 딸아이가 내 옆에 앉아

같은 모습으로 킥킥 웃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 맘에 쏙 든다.

 

우리 이야기란 이래서 좋은 것인가 싶다.

<이솝우화>처럼 이야기마다 교훈을 한줄씩 달아 도덕교과서 같은 것도 아니면서,

어린이들이 익혀야할 선과 악에 대한 판단을 명쾌하게 해준다.

논술이니 토론수업이니 이런 것들이 무에 필요하겠는가?

오랜 세월 조상들을 통해 내려온 살아있는 교훈을 재미나게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정성어린 기도 덕에 얻은 요술부채,

하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결국 화를 부르게 된 할어버지 이야기를 읽고

아이들에게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으로 정스럽다.

이름도 없는, 그저 어느집 사랑채 머슴들, 또는 아주아주 지독한 자린고비 할아버지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던 그런 어리숙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누구에게나 무시당하는 바보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많다.

아이들이 옛이야기에서 느끼는 친화력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싶다.

 

모처럼 아이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반가운 책을 만난 기쁨을 맘껏 누려보았다.

이런 즐거움을 누릴 아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좋은 책이기에 오자는 아쉽다.

아이들을 상대로 한 책이기에 오자는 더욱 아쉽다.

<바보 사위>에서 '데릴사위는 색시네 집에 얹혀사는 신랑을 말합니다.'라고 했는데,

'얹혀사는'이란 표현이 살짝 거슬린다.

데릴사위는 처가에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 였으므로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수정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판형이나 글자크기는 적당하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어려운 단어도 없고, 짧막한 이야기가 여러편이라

지루함없이 어지간한 아이들은 다 읽어낼만 하다.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도 있으므로,

오자 등만 수정되면 곧 추천도서에 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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