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국민학교 4학년 때이던가 처음 아파트 비스무리한 연립으로 이사가던 날

세상에서 젤 멋진 집으로 이사가는 듯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아서인지

아니면 문만 닫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어서인지......

암튼 내 밑에 사람살고 또 그 밑에 사람 살고 ...... 알고 보면 참 아파트란 씁쓸한 집이다.

 

그런 아파트에서 현재형으로 살고 있는 나도

기실은 아파트가 좋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갑자기 멀쩡한 집이 싫어졌다.

이유는 하나, 마당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심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내일만을 사는 것처럼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만난 이 책은

10년 후를 보고 산에 밤을 심는 어린 부부의 이야기를 던져 준다.

10개월 아니 10일동안의 기다림도 힘들어진 요즘의 속전속결 시대에

지금 배를 곯아가며 10년후를 위해 밤을 묻는 이들을 누가 바보라 손가락질 하지 않겠는가

바구니에 남은 밤 한톨마저 부엌 뒤 마당 한켠에 심고 행복해하는 이들의 모습이

일견 어리석고 철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자란 밤나무가 어느새 100살이 되고,

그 아들의 아들뻘인 어린 밤나무가 옆에서 자라면서 둘이 나누는 대화는,

이제까지 들어왔던 어떤 말들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었다.

제자리에서 한걸음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면서도

가지가 부러지는 비바람도, 눈보라도 견디어내며,

자신을 친구로 대해준 사람과의 교감을 나누는 나무의 모습에

홀린 듯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것들 중 하나였던 나무가 어느새 달리보인다.

겨울로 가는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잎을 떨구고 있는 저 나무들도

보이지않게 안으로 혼자 내년의 새봄을 준비하고 있겠지 싶어 안쓰럽고 한편 장하다.

 

내 집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마당이 없다.

대신 내 안에 나도 씨앗 하나를 묻으려한다.

그 싹이 틔우고 나무 한그루가 자라기까지 몇년이 걸릴지는 모르나,

긴 세월을 함께 할 그 나무가 있음에 행복할 그런 나무를 가꾸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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