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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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고의 번역가면서 언제나 소설가임을 잊지 않았던 이윤기 선생의 집필노트. 

문학이란, 번역이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책으로 생각하고 조금은 진지하게 펼쳤는데 

이윤기 선생 특유의 생생한 입담 덕분에 그 어떤 산문집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윤기 선생의 후배 번역가이자 딸인 이다희 선생이 서문을 썼는데, 아버지와 함께 

TV를 보면 틀린 말이나 타성에 젖은 표현들을 마음에 안 들어하며 분개를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언제나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말을 찾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의 분노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하면서 좀더 조르바를 자유롭게 춤추는 인물로 

그리기 위해 고민했던 심정, <장미의 이름>을 번역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문학상을 수상하고 나서 오히려 소설 쓰는 행위로부터 멀리 도망가야만 했던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말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 뭔가를 쓰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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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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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이 있다면 거길 찾는 사람들은 분명히 책을 좋아하고 

밤에 잠을 잘 안 자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책에 어마어마하게 

빠지는 경험이 예전처럼 자주 찾아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고, 

밤에 뭘 하는 게 훨씬 신나는 야행성이므로, 이 서점의 고객이 될 자격이 있었다. 

분명 어느 날인가는 휴가를 내서 하루 종일 그 안에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고 꾸벅꾸벅 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이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기묘한 분위기의 고집스러운 노인들이다. 평생을 종이와

씨름하면서 살아온 것 같고, '아이폰'이 뭔지도 모를 것 같은 사람들. 재미있는 건

이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인 주인공 클레이는 정작 평생 <용의 노래 연대기>라는 판타지 소설

단 한 권만 읽었을 뿐, 별로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클레이의 눈으로 바라본

서점 단골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밤낮으로 읽고 있는 책이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책이고, 그 속에는 글자가 아닌 암호들이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야 만다. 


아, 나는 이런 스토리를 좋아한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골목에 밤새 영업하는 

수상한 서점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알아버리게 되는 거다. 이렇게 된 이상 그 세계 속으로 마음껏 빠져줄 수밖에.


특히 평생 책만 읽어온 노인들과, 종이와는 영 거리가 먼 서점 직원을 포함한

디지털 세대들이 시종일관 서로를 신기해하는데, 그 묘한 긴장감이 재밌게 읽힌다. 

노인들이 몇십 년을 바쳐온 암호 풀기를, 주인공은 컴퓨터 명령키 몇 개로 풀어버려서 

그들이 놀라 까무러친다든지 하는 장면들은 엄청 유쾌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립이 아니라, 그들의 기분 좋은 만남?!  


표지 창문이 형광으로 되어 있다. 형광등에 오래 비췄다가 불을 끄면 

반짝반짝하게 보이는데, 24시간 서점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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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평생 책만 읽어온 24시간 서점의 노인들과, 종이와는 영 거리가 먼 디지털 괴짜들이 시종일관 서로를 신기해하면서도 인정하는데 그 묘한 긴장감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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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1 : 뼈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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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소녀 클라리가 우연히 클럽에서 살인 사건을 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섀도우 헌터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살인 사건이라니? 처음부터 작품은 강력하게 나를 끌어들였다. 


1권을 읽는 내내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뒷골목에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이 돌아다니고, 클럽과 카페에 잘 생기고 매력적인 섀도우 헌터들이 어슬렁거리기라도 하듯, 그 세계 속으로 완전히 빠져 버렸다. 특히 소극적이던 소녀 클라리가 점점 자신의 힘을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변화가 인상적이다. 


클라리와 소꿉친구 사이먼, 섹시한 제이스 사이의 줄타기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왔던 이상야릇하고 간질간질한 판타지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게다가 아슬아슬하게 1권을 끝내버리는 작가님의 능수능란함에 얼른 2권을 읽으러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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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 -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가꾸는 삶의 기술
일레인 사이올리노 지음, 현혜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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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옷을 입고 치장을 해도 뒷모습만은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뒷모습은 생활의 냄새와 가치관이 묻어나는 진짜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닮고 싶은 사람은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물론 부럽긴 하다..) 자신만의 '분위기'로 승부하는 사람이었다. 


'그들과 내가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항상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일레인 사이올리노는 그 결정적인 차이를 파리에서 발견했나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민족인 그들은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유혹 본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일하면서 어색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오히려 금방이라도 애인이 될 것처럼 말을 걸어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든다. 

또 극도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순전히 외모 때문에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오바마를 더 사랑하고, 

에릭 로메르나 우디 알렌의 영화에서처럼 섹스 그 자체보다는 그 전에 하는 로맨틱한 대화나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렌치 시크니 파리지앵이니 하는 단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스키니한 외모나 샤넬 가방 때문이 아니었다.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최대한 연장하려는 프랑스 사람들의 그 지독한 본능 때문이었던 거다..!! 


저자는 집요할 만큼 프랑스 각계각층을 취재해서 이 책에 녹여내고 있다. 정치인부터 거리 상점 주인들까지 어쩜 그렇게 일관적으로 '유혹'을 외치는지.. 좀 놀라웠다.ㅋㅋ

 


뉴욕타임스 파리지부장 답게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 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는데

그 사례들이 재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놀랐던 건 대통령이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르윈스키의 외모가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란다. 


또 프랑스의 최고 수퍼 모델은 애인이나 남편 앞에서는 절대로 알몸 상태로 있지 않는다고 한다. 섹스를 하고 난 후에도, 아무리 더워도 반드시 옷을 갖춰 입는데 그래야만 나이가 들어도 온전히 이성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임경선 칼럼니스트가 추천사를 썼는데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럽고 귀엽고 착한 여자

vs.

기가 세고 자기중심적이고 독립적이고 섹시한 못된 여자


그는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양극단의 분류에 늘 불만이었다고,  이 두 가지는 충분히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이 로맨틱과 관능섹시함과 사랑스러움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파리지앵의 삶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일상이 쌓여서 분위기를,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만든다. 뼛속까지 뉴요커였던 저자가 들려주는, 매력적인 프랑스 사람들의 삶을 이제는 좀 깊게 들여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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