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 -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가꾸는 삶의 기술
일레인 사이올리노 지음, 현혜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화려한 옷을 입고 치장을 해도 뒷모습만은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뒷모습은 생활의 냄새와 가치관이 묻어나는 진짜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닮고 싶은 사람은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물론 부럽긴 하다..) 자신만의 '분위기'로 승부하는 사람이었다.
'그들과 내가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항상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일레인 사이올리노는 그 결정적인 차이를 파리에서 발견했나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민족인 그들은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유혹 본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일하면서 어색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오히려 금방이라도 애인이 될 것처럼 말을 걸어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든다.
또 극도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순전히 외모 때문에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오바마를 더 사랑하고,
에릭 로메르나 우디 알렌의 영화에서처럼 섹스 그 자체보다는 그 전에 하는 로맨틱한 대화나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렌치 시크니 파리지앵이니 하는 단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스키니한 외모나 샤넬 가방 때문이 아니었다.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최대한 연장하려는 프랑스 사람들의 그 지독한 본능 때문이었던 거다..!!
저자는 집요할 만큼 프랑스 각계각층을 취재해서 이 책에 녹여내고 있다. 정치인부터 거리 상점 주인들까지 어쩜 그렇게 일관적으로 '유혹'을 외치는지.. 좀 놀라웠다.ㅋㅋ

뉴욕타임스 파리지부장 답게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 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는데
그 사례들이 재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놀랐던 건 대통령이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르윈스키의 외모가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란다.
또 프랑스의 최고 수퍼 모델은 애인이나 남편 앞에서는 절대로 알몸 상태로 있지 않는다고 한다. 섹스를 하고 난 후에도, 아무리 더워도 반드시 옷을 갖춰 입는데 그래야만 나이가 들어도 온전히 이성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임경선 칼럼니스트가 추천사를 썼는데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럽고 귀엽고 착한 여자’
vs.
‘기가 세고 자기중심적이고 독립적이고 섹시한 못된 여자’
그는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양극단의 분류에 늘 불만이었다고, 이 두 가지는 충분히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이 로맨틱과 관능, 섹시함과 사랑스러움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파리지앵의 삶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일상이 쌓여서 분위기를,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만든다. 뼛속까지 뉴요커였던 저자가 들려주는, 매력적인 프랑스 사람들의 삶을 이제는 좀 깊게 들여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