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갈레 씨, 홀로 죽다 - 매그레 시리즈 02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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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읽은지가 언젠데.. 정말 오랜만에 매그레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미 읽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이야말로 매그레 시리즈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도 많이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일단 첫번째 작품보다 흡입력이 있었고, 한번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니까 푹 빠져서 주욱 이어서 읽게 됐다. 사실 이 작품 역시 긴장감이 넘치거나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긴장감은 전혀 없이 잔잔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런가? 책을 다 읽은 이후에도 추리소설을 끝낸 카타르시스나 개운함 보다는 씁쓸함과 슬픔이 남는 묘한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러한 부분이 매그레 반장의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이 감정적으로 오랜 여운이 남는 이유로는 주인공인 갈레 씨의 스토리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이유는 아무래도 책을 읽는 독자의 시선이 매그레 반장의 시선을 따라가서이지 않나 싶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이 맛보기 정도였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매그레 반장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는 전개가 되어있는 것 같다. 수사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 답답한 부분, 미묘하게 찝찝한 느낌 등 매그레 반장이 느끼는 생각들을 여과없이 표현해준다. 이미 초반부터 매반장의 생각속으로 깊게 이입되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인가? 마지막에 매반장의 고민과 판단에 공감할 수 있었고, 또 그랬기에 이 이야기와 결말이 더 슬프고 속상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조르주 심농의 이름으로 이러한 작품을 두번째로 발표했으니, 매반장 시리즈의 팬이 생길만 하다. 나 역시도 1편에서 느낀 매력이 약간 뜨뜻미지근 했다면, 이번 편을 통해서는 매반장님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1편에서 느낀 것 처럼 그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증명된 것 같다. 아니, 그냥 따뜻한 사람이라기보다, 오히려 감정적인 대사를 막 쏟아내는 그런 주인공이다. 마치 없던 동정심도 생길 것 같이 말이다. 냉정해야 할 것 같은 반장님이 이런 캐릭터라니.. 이런 분위기라면 이 시리즈도 좀 더 힘내서 달려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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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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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듯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책은 이미 알고있는 작가들이 아니면 굳이 구입하지 않는데, 이 책의 경우는 미리보기로 앞의 몇 페이지를 읽어보고 나서 구매했다. 행복한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 그 간단한 네컷 만화에 끌려서 구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의 내용은 간단한 만화로 그려져 있는 부분도 있고, 또 텍스트로 채워져있는 부분도 있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저자인 도대체씨가 회사나 생활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이고, 또 나오는 이야기들로 유추해보면 나이도 조금 있는 듯하다.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 정도? 이미 SNS에서 유명하신 분인 듯 하지만, 난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내용은 이런책 특유의 느낌처럼 위트를 섞어가며 툭툭 내뱉듯이 이야기하거나 상황과 말을 살짝 비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가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공감을 한다면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이건 이미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부족한 자신에 대해 여과없이 쏟아내고, 그러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하자는 이야기이다. 해결책이 있지도 않고, 또 무언가를 열심히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느끼는 것, 실수한 것, 속상한 것, 즐거운 것 등 많은 감정들을 그냥 막 수다떨듯이 쏟아낸다. 그 모습이 나의 못난 모습과도 겹쳐보이면서 위로가 된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네.. 하고.

심각하게 읽고, 좋은 작품이다라고 칭찬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러한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어려운 책 읽기에 지쳤다거나, 일에 치여서 힘들때, 혹은 실없이 웃고 싶을때, 농담 따먹기 같은 대화상대가 필요할 때, 한번쯤 펴봐도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 마냥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성공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실패한 나를 다독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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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세게 보이려고 회사에서 누가 성희롱 수준 음담패설을 해도 괜찮은 척 넘어갔고 내가 먹지 않은 개고기 회식에도 따라가고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하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 거부할 줄 아는 것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가? 정말 하고 싶은 일도 아니면서.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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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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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사두기만 했다가 정작 읽는 것이 두려워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이 책을 완독했다. 사실 분량도 적은 편인데다가 문체도 굉장히 간결 담백해서 맘잡고 읽으면 몇시간만에 훅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담백한 문체 안에 녹아있는 내용들이 너무 힘들고 답답했다. 이 책 말미에 붙어있는 작품해설에도 나와있지만, 정말 이 책은 완벽하게 보편성을 추구하는 작품이었다.



일반적으로 소설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독특한 주인공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삶을 사는지가 소설의 흥미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은 익숙하다.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이 소설의 특수성이다. (김고연주 _ 작품해설: 우리 모두의 김지영)



이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 여성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힘들어하는 부분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김지영, 그리고 김지영의 언니 김은영, 엄마, 시누이까지..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전혀 새롭지 않고, 심지어 너무 익숙해서, 이게 소설인지, 르포인지, 내 여동생 일기장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등장하는 남자들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너무나도 익숙한 등장인물들과 상황들이 펼쳐진다.



『82년생 김지영』의 에피소드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이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생활에 잉르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들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앞에 그려질 정도다. 아마도 독자들은 자신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달리 김지영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김지영마저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이쯤되면 내가 김지영인지, 김지영이 나인지 헷갈릴 정도다. 김지영이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고연주 _ 작품해설: 우리 모두의 김지영)



사실 이 책이 나에게 더 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다. 김지영, 김은영과 나는 같은 또래이다. 김지영의 가족과 비슷하게 딸-딸-아들의 삼남매였고, 줄곧 할머니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6식구가 함께 생활해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할머니는 아직도 비교적 정정하게 살아계신다는 것 정도. 읽으면서 환경, 시대, 겪는 상황들, 각 장면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들.. 이 모든 것이 100% 일치한다고 할 순 없었지만,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작품은 처음이기도 하고 그러하기에 더 힘든 작품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여성독자들은 오히려 남성들이 읽어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나 역시 그 이야기에 공감한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힘든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현실'이고, 사실 '진짜 현실'은 책에 나와있는 이야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많은 여성독자들이 책을 읽고나서 이야기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남성들은 이러한 이야기가 생소한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이건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거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자신들이 가볍게 지나친 상황들을 다시 곱씹어보게 되었다는 남성독자들도 꽤 있다. 그만큼 남녀사이의 간극이 아직도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절대 남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갑갑해지지 않는 여성이 몇이나 될까? 이전보다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체감하고 있는 여성들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렇다. 나아진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굴레가 되고 스트레스가 되어버리는 사회가 되었다. 여성문제가 이제는 종교나 정치문제처럼 매우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가 되어버린 사회가 되었다. 어찌보면 이 책은 여성도, 남성도, 굳이 읽고 싶지 않은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을 우리가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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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타르튀프 열린책들 세계문학 207
몰리에르 지음, 신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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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튀프는 몰리에르의 희곡 작품이다. 사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을 읽을 때만 해도, 희곡이라는 장르에 어느정도 두려움이 있었다. 운문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가장 힘든 것은 화려한 수사였다. 영어 원문으로는 어떻게 되어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수사와 오버하는 듯한 말투가 나름의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책을 술술 읽히는 묘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이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도적 떼'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의 느낌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그러한 선입견을 깨준 작품은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게 되면서 또 한번 그 선입견을 깨 준 느낌이 들었다. 루이 14세 시기에 쓰여졌던 작품이니 꽤 고전 쪽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전혀 부담없이 읽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쩌면 내가 희곡이라는 장르에 조금은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타르튀프」, 「동 쥐앙 혹은 석상의 잔치」, 「인간 혐오자」 이렇게 총 3편의 희곡이 실려있다. 저자인 몰리에르는 이 세작품을 통해 공통적으로 위선자, 혹은 어리석은 자아도취자와 같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당시 사회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몰리에르의 시선을 따라 등장인물들의 못난모습을 바라보며 신나게 욕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다소 마음에 안드는 경향들도 있었다. 특히 「타르튀프」에서의 결말은 마치 다 된 밥에 재뿌리는 것과 같은 정도로 충격을 받았는데, 아무리 카톨릭 및 종교세력과의 대착점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국왕폐하만세~'와 같은 결말은 꽤나 황당했다. 그럼에도 위선자의 대표캐릭터로 작품의 키를 쥐고있는 타르튀프를 3막이 되어서야 등장시키고, 타르튀프의 캐릭터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인식되어지고 있는 타르튀프의 이미지를 더 부각시켜서 설명하는 장치는 진부하지 않고, 또 오히려 작품 전체적으로도 효과적인 전개라는 생각이 들어 신선했다.



오히려 「동 쥐앙」은 결말에서 진부한 면도 보였는데, 그러한 진부한 결말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 쥐앙의 하인인 스가나렐이 마지막의 월급타령을 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였던 만큼, 마지막까지 그러한 캐릭터가 부각되는 장면이라서 매우 공감하면서도 빵터져서 웃어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운문이 아닌 산문으로 적힌 작품이다 보니, 내가 읽으면서도 이거 당시 배우들이 어떻게 외워서 공연을 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대사가 한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도 꽤 있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입체적으로 보였던 작품이 「인간 혐오자」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도 세 작품 중에선 가장 마지막에 쓰여져서 그런지, 좀 더 입체적이었다고나 할까? 이전 작품들이 매우 강하게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지향했다고 한다면, 「인간 혐오자」의 경우는 읽으면서 대체 악역이 누구고, 누가 현명한 사람인지 갈팡질팡했다. 그만큼 절대적으로 착한 캐릭터가 보이지도 않았고, 「타르튀프」에 등장한 도린처럼 사이다발언으로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사람도 없었다. 무언가 하나 이상의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세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아무튼, 루이 14세에서 시민혁명까지 이어지는 프랑스의 시기는 거의 역사책이나 시민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만을 주로 접해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몰리에르의 작품으로 접하니 또 새롭고 디테일한 상황을 엿본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희곡작품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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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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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를 읽고 나서 바로 이어서 집어 든 책이다. 오히려 삶의 한가운데를 읽으면서는 생각보다 나치시절의 분위기를 아주 강하게는 못느꼈는데, 이 작품은 아예 그 시절을 타겟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우선은 책을 펼치고 생각보다 적은 분량에 가장 놀랐다. 알고보니 장편소설이 아니라 중편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좀 더 빠르게 완독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읽게 되어서 부담없이 시작한 면도 있었다.



사실 난 이 시기의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더 밝은 이야기를 읽고 싶고, 또 취미인 독서를 하면서 내 기분도 다운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혀 무겁게 시작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비교적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가 중심이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차별은 존재하고 또 그들의 능력과는 별개로 부모나 환경에 의해서 차별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그래도 이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지역에 나치즘이 완전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들의 불평등(?)도 심하지는 않아서, 아이들의 멘탈로도 어느정도 무시하며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그러나 선생님까지 합세하게 한 강력한 시대의 흐름은 특히나 아이들이 견뎌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주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그 상황들과 심지어 유대인으로서 겪어내야 했던 사건들을 통해서 오히려 자세히 기술된 그 시절의 어떤 이야기보다도 임팩트있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사람은 주인공 한스의 가족들이었다. 그들은 유대인이었지만 유대인에 대한 애착 및 자긍심을 갖고 살고있지 않았고, 오히려 독일에 정착한 독일인으로서의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러한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의 흐름과 함께 겪어야했던 상실감 혹은 좌절, 그리고 그에 따른 선택이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주인공 한스가 가감없이 묘사하는 그 상황들이, 매우 간결한 문체와 쉽게 읽히는 스토리에 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이 이 작품이 짧은 중편임에도 불구하고 임팩트있고 울림있게 다가오게 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클라이막스는 마지막 한 문장일 것이다. 그 문장을 읽으면서, 어찌보면 뒤통수를 얻어맞는듯한 충격보다도 슬프고 마음이 아팠던 감정이 더 컸다. 오히려 우리가 그 속을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콘라딘의 복잡했을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그가 처한 환경 안에서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했을 그 '아이'에 대해 '추측'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더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짧은 장편이나 중편의 작품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설정과 배경, 자세한 내막들을 알 수 없는 것이 싫고, 독자에게 알아서 상상하고 작품을 마무리시키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중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히려 길고 자세한 작가의 설명이 이어졌다면 이와 같은 여운과 슬픔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내막을 알리지 않는 작가의 스토리라인과 담백한 문체가 오히려 이 작품을 이끌어간 키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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