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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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있음]


사실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는 잘 몰랐다. 그러던 중, 리디북스에 올라와 있던 '넛셸'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을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한참을 지났는데, 좋은 기회를 만나 이 '속죄'라는 책을 선물받게 되었다. 워낙에 추천해주신 분들이 반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하고, 또 전반부는 지루할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뒷부분에 펼쳐질 반전을 기대하며 꾸역꾸역 읽어낼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음.. 난 생각보다 1부 부터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1부의 분량이 전체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다가, 이틀동안에 일어난 일을 각 사람의 시선과 심리를 통해 서술하는 것이니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름 정해진 공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다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양이 적은 작품이 아닌데, 생각보다 빨리 읽었던 것도 그런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모두가 반전이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긴장하며 꼼꼼하게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예상이 되는 상황이라서 그렇게까지 긴장감을 갖고 읽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역시나 결론은 그러했고, 나는 끝까지 번뇌하는 브리오니보다 여전히 롤라에게 더 많은 분노를 느끼면서 읽었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에필로그에 있다. 에필로그에서의 반전은 이미 마지막 3부를 끝맺으면서 이미 가르쳐주고 있기는 하지만, 에필로그를 통해서 그 자세한 과정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뒤통수를 맞는것과 같은 정도의 엄청난 반전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 반전은 진짜 '속죄'라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해준 것 같다. 여전히 삶 속에서 정답은 없고, 또 각각의 상황들 속에서 각자의 해석은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과연 '최선'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브리오니의 최선은 아마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생각과 상황과 아픔에 최대한 공감하려고 했던 노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가 굉장히 성실히 상황과 심리를 묘사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작품 속에 굉장히 깊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각 등장인물들의 심리속으로 함께 들어간 느낌이었고, 또 1930년대의 그 상황에 너무 깊숙히 발을 들여놓아서, 1999년이 되었을때의 현실감으로 돌아오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1999년은 내가 이미 경험한 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붕 떠있는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면 소설 안에서 보여지듯이, 2차 세계대전과 1999년은 함께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멀지 않은 시기인데, 마치 늘 역사속의 한 장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 시대를 사셨던 우리 할머니가 아직도 이렇게 살아계신대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튼, 책을 덮은 지금에도 난 롤라와 마셜이 가장 밉다. 그건 아마도 브리오니의 필력, 혹은 자칭 속죄라고 표현하고 있는 그 작품을 통한 소심한 복수가 통한 것일지도 모른다. 속죄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함께, 소설이라는 '픽션'을 사용했을때 그것이 또 다른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또 새삼 해보게 되었다. 아무튼, 이걸로 이제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던 '넛셸'도 고민없이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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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토리의 모험 : 1000만 독자를 울리고 웃긴 아주 특별한 이야기 27 - 1000만 독자를 울리고 웃긴 아주 특별한 이야기 27
김귀.스토리펀딩 팀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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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여운 표지를 하고 있는 책은, 카카오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토리펀딩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스토리펀딩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워낙에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펀딩도 이제 스토리텔링을 잘 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정도의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읽어보니,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클라우드펀딩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았다. 나도 킥스타터 페이지를 들락날락해봤고, 또 지인이 학술프로젝트를 클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진행한 적이 있는지라 꽤 관심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잘 몰랐기에, 이 책을 통해서 꽤나 다양한 사례들을 접해볼 수가 있었다.

일단 카카오에서 진행하는 이 스토리펀딩은 뉴스펀딩이 전신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시사적인 부분이나 보도적인 부분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것 같다. 스토리펀딩으로 체제를 전환한 이후에 꽤나 다양한 소재의 펀딩이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스토리펀딩'이라는 이름 자체만 보아도, 훨씬 진입문턱이 낮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 역시 그런 느낌인데, 확실히 첫 챕터에서는 일반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들을 배치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도 그 덕분에 이 책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감에 따라서, 표지의 코믹함이나 귀여움과는 달리 꽤나 진지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여러분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여러분야의 사례가 모두 다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스토리펀딩이어야 하는지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러한 펀딩시스템을 만들고 여러 프로젝트들을 도전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의 제목이 '스토리의 모험'인 것도 매우 납득되었다.

아마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굉장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읽다보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있는 유명한 내용들도 있고, 또 굉장히 개별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들도 있다. 사회를 뒤흔들만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케이스도 있었고, 소소한 내용이지만 작은 변화나 감동을 주는 내용들도 있었다. 마침 직전에 읽은 책이 『플랫폼 레볼루션』이었고, 이시대에 플랫폼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스토리펀딩도 하나의 플랫폼이고, 여타 다른 플랫폼의 특징처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들과의 '공감'이었다. 확실히 이젠 기업이나 사회,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가치'와 '공감'이라는 요소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실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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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플랫폼 레볼루션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할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마셜 밴 앨스타인 외 지음, 이현경 옮김 / 부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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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정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또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더한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러한 변화의 시작에는 인터넷과 네트워크가 있었을 것이고, 스마트폰 등의 보급이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많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예전에 『서드 스크린』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이로 인해 정보수집이 광범위화되고 디테일화되면서 마케팅 등에도 새로운 전략등이 등장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났나? 그러한 사회가 이미 진행이 되어 어느정도 현황을 제시해줄 수 있을 정도로 변화된 상황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플랫폼 레볼루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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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간단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서로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게 하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이는 인류가 수천 년간 실행해 온 개념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세계에서 인터넷은 더 이상 유통 채널(파이프라인)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이제 창조 인프라이자 조정 매커니즘으로 움직인다. 플랫폼은 이렇게 새로운 인터넷의 역량을 이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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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에서 등장하는 내용들은 완전히 생소한 내용들이 아니었다. 어찌보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기업 혹은 어플들의 이름들이 다수 등장하고, 이러한 익숙한 기업들로 대표되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 플랫폼 시장에 대해 굉장히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관심도 많은 분야이고, 또 이전에 스티브잡스의 전기(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라든지 마윈의 전기(류스잉, 펑정 『마윈』) 등을 통해서, 애플이나 그 주변 IT기업들의 상황, 그리고 알리바바와 같은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된 기업들의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읽곤 했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굉장히 종합적인 책이다. 이러한 기업들이나 플랫폼들이 가지고 있는 꽤나 복합적인 구조들과 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이전의 파이프라인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전통적인 기업들의 형태와 어떠한 점들이 다른지를 비교해주기도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들만 보아도 어느정도 내가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이거나, 혹은 이미 너무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 많다. 하지만 그러하다는 것은, 이미 이러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나라와 지역 등 어느 물리적인 범위에 국한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지어 이러한 상황들은 고정적이지 않고 계속 요동치며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아마도 플랫폼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유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른 적응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이용자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이미 일방적인 방향성을 가진 기업구조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가 된다. 이것이 상호적으로 매칭되었을 때에 그 플랫폼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굉장히 많은 밑줄을 치면서 읽게 되었는데, 이건 뭐 내가 사업을 할 것도 아니고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 것도 아니지만, 분명한건 이 책에서 언급되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내 생활과 꽤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읽어도 충분한 이해가 되었고, 또 심지어 직장인이거나 어떠한 조직에 속해있는 경우, 더 나아가 사업을 하거나 스타트업 등으로 하나 이상의 플랫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라면 꽤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플랫폼을 이해하는데 있어선 매우 훌륭한 개론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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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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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기가 아니라면 또 절대 읽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책을 읽게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워낙에 유명한 작가이지만 솔직히말해 지금까지 한번도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난 문학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 못하고 또 읽은 책이 그리 많지도 않다. 그런 입장에서 이 '자기만의 방'이라는 작품을 읽는다는건 솔직히 꽤 어려운 미션이었다. 이 작품은 에세이에 가까운데, 사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캠브리지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꽤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솔직히말해 주석을 읽으면서 간신히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자주 등장하는 샬롯 브론테나 제인 오스틴의 작품 등은 그래도 좀 읽었었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가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녀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강연을 했던 1920년대 말 그 당시의 여성들의 상황과 그 상황이 있을 수 있게 해주었던 여성들(특히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 그녀들의 상황을 생각보다 심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과 픽션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한 울프가 이야기한 핵심 중 하나는 '연간 500파운드 정도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난 꽤 이 주장에 공감했다. 성역할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립되어있던 시기를 지나 이제 막 여성이 선거권을 갖게 되었던 시기이다. 경제적인 부분은 심리적, 정서적인 부분으로 이어진다. 또한 픽션이라는 작품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경제원리가 100% 이러한 것들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시 울프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과 영향력을 갖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재미있는 부분은 여성성과 정치성 등을 작품에서 드러내면 안된다는 부분이었다. 울프가 샬롯 브론테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이것이었는데, '제인에어'의 한 부분을 발췌하면서 샬롯 브론테가 작품에서 본인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당시 여성들이 본인이 여성임을 숨기고 남성필명을 사용했다는 부분이나, 일부러 남성성을 드러내는 것에도 비판적인 어조로 이야기한 것 같다. 아무래도 주제가 '픽션'이기 때문에 더 그러한 것 같다. 요즘에야 오히려 여성성 혹은 정치색을 드러내는 픽션들도 호응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당시에는 이러한 성향들이 순수한 풍자나 작품의 색깔로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울프언니는 굉장한 비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은근 신랄하게 이야기하면서도 풍자적인 요소도 들어있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꾼임에는 확실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옥스브리지라는 학교이름에 피식 웃기도 했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합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엄청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처음엔 사실 거의 억지로 읽다시피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꽤 몰입도가 생기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결론은, 이 책은 대충읽어서 될 책이 아니다. 언급된 문학작품들과 당시의 시대적상황을 좀 더 공부한 이후에 다시 읽어본다면 그 진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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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 동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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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처음 눈길을 두게 된 것은 '비혼'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이러한 소재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 또 일부러 당당(?)하게 '비혼'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 내 관심을 끌게 했다. 난 현재 일본에서는 3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한국에서는 30대 후반이 되어버린, 예전 말로 하면 노처녀이다. 굳이 독신주의자라서 결혼을 '안'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지하게 결혼을 하고싶은데 결혼을 '못'한것도 아니다. 음.. 어느쪽이냐 선택하라하면 참 애매하다. 사실 혼자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나도 편하지만, 난 또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살다가 좋은사람 만나면 결혼도 하지 뭐.. 라는 생각이다. 단지, 나이는 이렇게 들어가는데 결혼을 못해서 어쩌지..라는 식의 조급함은 갖지 말자는 식으로 나 스스로 정리해 둔 상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걱정했던 것은 일부 페미니즘 관련 서적처럼 엄청 감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두 여성의 대담집인데, 일본의 전후세대를 직접 경험한 1948년생 여성학자와 1970년생 사회학자가 툭 터놓고 이야기한 대담을 정리해서 내놓은 책이다. 사실 제목에서 나타나다시피 '비혼'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읽다보면 이러한 비혼문제가 비단 결혼의 문제, 인구학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정말 많은 영역들을 내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점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의 상황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굉장히 비슷한 부분도 많았다. 특히 역사적으로 얽혀있는 부분들도 있고, 또 은근한 라이벌관계도 있어서, 일본의 상황들을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재미라기보다 착잡한 공감...이랄까? 아무튼, 일본에 살고있으면서도 이러한 문화는 어떻게해서 형성된건지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해소가 된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 세대정도가 차이나는 두 여성의 대화라는 점이, 이 책의 내용들을 납득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편향된 생각으로 마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를 읽어가는 시각의 차이, 지금까지 바뀌어 온 문화와 정책의 차이, 그리고 방법론들.. 많은 부분에서 다른 두 여성의 대화를 통해서, 어찌보면 낯설 수 있는 일본의 케이스 임에도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대담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캐릭터도 어느정도 드러나는 느낌을 받았다.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나, 어떠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또한 꽤 다른 두사람이었기에, 두 사람이 쓴 다른 책들을 한 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혹시나 TV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일본의 여성의 인식과 성역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내에서 젠더론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리고 어떠한 성담론이 이루어져 왔는지, 현재의 성역할의 변화나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어떠한 원인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책이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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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여성은 항상 결혼하라는 압력을 받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결함이 있든지 규격에서 벗어난 사람 취급당합니다. 결혼한 여자는 남자에게 선택을 받은 여자, 여자로서 성공한 일종의 승자로 여겨집니다. 아무리 여성이 사회에 공헌하더라도 결혼해서 어머니가 되지 않는 한, 여성으로서 '제구실'을 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대접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베이비시터의 일인자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보니,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내가 먼저 할 일이 '아이를 옆에 두고 남편과 대화하기'라고 나오더군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새로운 부부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에 아이 중심의 생활을 하게 되고, 서로 아이 아빠와 엄마로 대하게 되어 둘의 관계가 얄팍해진다고 합니다.

도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카가와 마나부는 《아이가 줄어들어 뭐가 나쁜가!》에서 저출산에 따른 대책을 세워서 아이도 낳고 남녀평등도 이루자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남녀평등은 그 자체로 이뤄야지 저출산 타개책으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며,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가 줄면 줄어드는 대로 사회제도 설계를 정비해야지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회에 나오면 거꾸로 '여자인 주제에'라는 식으로 여자로서 취급받는 것이 낙인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거나 많은 연봉을 받으면 연애결혼 시장에서 오히려 약자가 되기도 하고요. 사적인 관계에서 여자로 보이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사카이 준코 씨가 지적했듯이 낙인찍힙니다. 이중억압이 일어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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