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함께읽기가 아니라면 또 절대 읽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책을 읽게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워낙에 유명한 작가이지만 솔직히말해 지금까지 한번도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난 문학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 못하고 또 읽은 책이 그리 많지도 않다. 그런 입장에서 이 '자기만의 방'이라는 작품을 읽는다는건 솔직히 꽤 어려운 미션이었다. 이 작품은 에세이에 가까운데, 사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캠브리지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꽤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솔직히말해 주석을 읽으면서 간신히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자주 등장하는 샬롯 브론테나 제인 오스틴의 작품 등은 그래도 좀 읽었었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가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녀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강연을 했던 1920년대 말 그 당시의 여성들의 상황과 그 상황이 있을 수 있게 해주었던 여성들(특히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 그녀들의 상황을 생각보다 심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과 픽션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한 울프가 이야기한 핵심 중 하나는 '연간 500파운드 정도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난 꽤 이 주장에 공감했다. 성역할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립되어있던 시기를 지나 이제 막 여성이 선거권을 갖게 되었던 시기이다. 경제적인 부분은 심리적, 정서적인 부분으로 이어진다. 또한 픽션이라는 작품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경제원리가 100% 이러한 것들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시 울프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과 영향력을 갖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재미있는 부분은 여성성과 정치성 등을 작품에서 드러내면 안된다는 부분이었다. 울프가 샬롯 브론테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이것이었는데, '제인에어'의 한 부분을 발췌하면서 샬롯 브론테가 작품에서 본인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당시 여성들이 본인이 여성임을 숨기고 남성필명을 사용했다는 부분이나, 일부러 남성성을 드러내는 것에도 비판적인 어조로 이야기한 것 같다. 아무래도 주제가 '픽션'이기 때문에 더 그러한 것 같다. 요즘에야 오히려 여성성 혹은 정치색을 드러내는 픽션들도 호응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당시에는 이러한 성향들이 순수한 풍자나 작품의 색깔로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울프언니는 굉장한 비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은근 신랄하게 이야기하면서도 풍자적인 요소도 들어있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꾼임에는 확실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옥스브리지라는 학교이름에 피식 웃기도 했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합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엄청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처음엔 사실 거의 억지로 읽다시피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꽤 몰입도가 생기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결론은, 이 책은 대충읽어서 될 책이 아니다. 언급된 문학작품들과 당시의 시대적상황을 좀 더 공부한 이후에 다시 읽어본다면 그 진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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