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거리
민지 지음 / 다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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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의 풍경을 순식간에 상냥한 거리로 바꿔주는 마법같은 그림책이다.
가시 돋친 선인장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가의 기막힌 역발상에 감탄하였으며, 지하철 2호선 당산역의 풍경이 익숙해서 그런지 더욱 재미나게 읽었다.
도로에서 공원에서 서로가 주고받는 상냥한 말과 웃음 가득한 삶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시 선인장이 뜻밖의 예쁜 꽃을 피우듯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앞ㆍ뒤면지의 그림 또한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두 그림을 비교하면서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좋겠다.
본문을 읽는 방법도 특별하다.
글과 그림을 별개로 읽을 수 있어서 신기하였는데, 이러한 점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그림을 읽을 때는 선인장들의 눈매와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하철과 도시의 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림책 판형은 가로로 길쭉하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내가 가장 선호하는 타입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표지 그림은 당연히 펼쳐서 감상해야 할 것이다.
제목의 타이포그래피도 돋보인다.
귀엽고 상큼하다.

가시 투성이 세상에 사는 아이는 걱정이 많다.
"엄마, 엄마. 나도 이다음에 크면 가시가 나요?
  만약 나만 가시가 안 나면 어떡해요?"
전철 안에서 곁에 앉은 호기심 많은 아이와 지혜로운 엄마의 대화가 유난히 살가워서 귀를 쫑긋하며 듣게 되는 것처럼 그림책 속 문장에 소르르 빠져들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에게는 꽃도 핀다는 거야."-

사실이다.
선인장에 꽃이 필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꽃처럼 예쁜 꽃을 피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물론 그림책 속 언어는 비유적인 표현이므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가시가 있다거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엄마 선인장의 말은 매우 유의미하다.

그림책을 읽는 도중에 '세상을 바꾼 작은 친절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카인드니스》(북스토리, 2023)가 문득 떠올랐다.
'친절의 선순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베푼 작은 친절로 인하여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따스해진다면 우리는 기꺼이 꽃을 피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꽃을 피우면
  다른 사람도 꽃을 피우게 만들 수 있어."-

일상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친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럿이 함께 읽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 보아도 좋겠다.
교실에서 그림책 수업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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