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풍경들은 마음속 그림으로 그림책 숲 33
최정인 지음 / 브와포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고양이들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바로 그 고양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지극히 아름다운 화풍의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고양이들의 세상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닮아 있어."
그림책 속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자꾸만 내 귓가를 서성이는 듯 깊은 울림을 남긴다.
네 번의 계절이 바뀌고, 또 다시 봄이 찾아올 때까지 곁을 맴돌던 고양이 가족에게 마음 한 켠을 내어준 작가의 소망이 내 안으로도 온다.

-내게 이야기를 보여 주었던
 늙은 검은 고양이에게-  (표제지의 헌사)

늙은 검은 고양이는 실제로 그림책 속에도 등장한다.
길고양이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주목하게 만드는 그림책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 보이는 지점이다.

화자는 하얀 발과 검은 등을 가지고 태어난 '작은이'다.
'작은이'의 가족은 헌신적인 엄마 고양이와 사랑스러운 들꽃을 닮은 동생 '노랑이'.
셋은 회색빛깔 도시의 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엄마는 자신의 그림자 아래 아기들을 뉘어 그늘을 만들고, 거리에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호기심 많은 아기들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활짝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세상에는 멋진 그림들이 가득하단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전해 주고 싶은 축복 가득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이'와 '노랑이'의 성향이 서로 다르다는 설정 또한 재미있었다.

-나는 나무를 딛고 오를 때마다 신이 났지.
 노랑이는 나무에 오르기보다는 종종 사람 뒤를 따라가곤 했어.-

작은이와 노랑이를 소개하는 그림책의 페이지들은 그야말로 감탄을 부른다.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몰입도가 높다.
사실은 거의 모든 페이지가 다 그러하다.
펼침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환상적인 일러스트는 다분히 낭만적이다.
예술성이 농후한 이 그림책의 가치는 나에게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만남과 이별, 그리움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이아름다운 그림책을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삶을 견뎌내는 이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선물처럼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