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와 숲의 비밀 봄날의 그림책 3
뤼크 포크룰 지음, 아니크 마송 그림, 박지예 옮김 / 봄날의곰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의 헌사를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다.

-이 이야기가 숲속에서의 아름다운 산책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주기를 바라며,
 세상의 모든 자비로운 거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루크 포크롤 & 아니크 마송)

여기서 '세상의 모든 자비로운 거인'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릴리는 나무에 기대 누워서 꼭대기를 바라봤어요.
 그리고 이 엄청난 거인에 대해 생각했지요.-(본문)

이러한 표현에 대하여 나 또한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갖게 한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릴리와 할아버지다.
릴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숲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숲에 관한 멋진 이야기를 한가득 알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따라가다보면 누구라도 숲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나무 둥치 아래서 자라는 그물버섯 이야기는 유익했다.
그렇지만 '흙 속의 위대한 친구 지렁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위대한 친구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듯 하다. 차츰 나아지겠지만...
딱정벌레를 위해 멋진 정원을 만들어 주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릴리는 누구보다도 마음 품이 넓은 아이다.
숲속에서는 재밌는 일이 정말 많이 생긴다.
이번에는 야생 체리 나무를 발견하였다.
신나게 체리를 따 먹다가 그만 씨를 삼켜버린 릴리.
뱃속에서 나무가 자랄까봐 걱정이 한가득이다.
ㅎㅎ
숲의 중심에 도착하였을 때, 할아버지는 릴리에게 자신의 친구 나무를 소개시켜 주었다.
가끔 비밀을 털어놓기도 하는 오랜 친구라고 했다.
내게도 좋아하는 나무가 있다.
이른 봄의 숲길에서 노랗게 움이 트는 왕버들나무는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반가운 친구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여름날의 도토리 나무는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오늘 내 마음을 관통한 그림책 속 한 문장을 필사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났다.

"나무는 말이야. 뿌리 내릴 곳을 고르지 않는단다."

탐욕에 눈 멀고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나무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은 또 있다.

"여기가 정말 너무 좋아." 릴리의 혼잣말이 바람을 타고 나뭇잎들 사이로 스며들었어요.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이백 살이 넘은 떡갈나무 둥치에 기대어 스르르 잠이 든 할아버지와 숲의 아이가 된 채 행복을 만끽하는  릴리.

그림책 속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릴리가 나무를 안아주며 말을 거는 바로 이 모습이다.

"내 목소리가 들리니?...소원 하나만 들어줄래?
 우리 할아버지가 너처럼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
 도와줄 수 있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마치 내가 돌봄을 받는 듯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언젠가 남편과 숲길을 산책하던 중에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무들은 기억할까?
당연하다.
나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이테를 키워간다.
그러므로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은 그 땅에 묻힌 역사를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숲을 아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나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어 준다.
떡갈나무는 릴리에게 어떤 말을 해 주었을까?

여름 숲의 푸르름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일러스트는 시종일관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가로로 긴 판형에 펼침 그림이 시원하다.
초록 숲으로 떠나는 릴리의 산책길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하였다.
그림책을 통하여 숲 생태계를 이해하며 생태 감수성까지 키울 수 있는 멋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꼭 만날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