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코끼리 알맹이 그림책 65
로랑스 부르기뇽 지음, 로랑 시몽 그림, 안의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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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s Dying'
오늘 아침 지인에게서 온 카톡 메시지다.
'삶이 곧 죽음'이란 말에 적극 동의한다.
모든 삶의 끝은 반드시 죽음이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죽음을 최대한 밝은 에너지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은 나를 여전히 슬프게 하였다.
앞ㆍ뒤면지만 읽어도 아릿하다.
뒤면지 속 웅크린 작은 쥐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워 보이든지...
사별의 고통을 경험해 보았는가?
그 사람이 떠나가고 시간이 흘렀어도 더욱 그립고 아픈 기억을 가졌는가?
물론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상황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행히 그림책에서는 사뭇 다르다.

-"응, 다 잘될 거야."
 작은 쥐는 스스로에게 속삭였어요.
 아주 부드럽게 웃으면서요.-

이별을 경험한 후 더욱 단단해진 내면으로 한 뼘 더 성장한 작은 쥐에게 진심으로 축복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비록 홀로 남겨졌어도 괜찮다.
서로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 하나로도 영원할 테니까...

-코끼리는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어요.
 "하나도 안 무서워. 다 잘될 거야. 난 알아."-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참 인상적이다.
생(生)과 사(死),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 다리를 건너가는 늙은 코끼리는 이제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후회없는 삶을 살았고, 죽음 준비도 잘 마쳤다.
다만 자신을 위하여 부서진 다리를 고쳐 준 작은 쥐를 향하여 기꺼이 마지막 인사를 고한다.

작은 쥐와 늙은 코끼리는 나무 아래 같이 살았다.
작은 쥐는 늙은 코끼리를 보살펴 주었고, 늙은 코끼리는 아직 어린 작은 쥐를 항상 지켜 주었다.
둘은 행복했다.
어느 날 저녁, 코끼리는 작은 쥐와 함께 높다란 절벽 끝에 다다랐다.
절벽 반대편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 곳은 늙고 병든 코끼리가 떠나가야 할 세상이다.
그것을 목격한 작은 쥐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하였다.

-"나는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작은 쥐가 소리쳤어요.
 "나랑 여기서 영원히 함께 살자!"-

계절이 바뀌고 작은 쥐는 더 이상 그렇게 작지 않았다.
하지만 코끼리는 안경을 쓰고도 더 이상 앞을 잘 볼 수 없었다.
그림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코끼리의 노화 과정을 섬세하고도 절절하게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순간이 찾아 왔을 때 작은 쥐는 코끼리가 해 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너무 늙거나 병들면 떠나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들도...

그림책 속 늙은 코끼리는 매우 지혜롭다.
삶을 사랑했듯이 죽음 또한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홀로 남을 작은 쥐를 위로한다.
'다 잘될 거야.'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떠나가고 보내는 사별의 아픔 또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
'하나도 안 무서워. 다 잘될 거야. 난 알아.'
늙은 코끼리의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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