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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꾸러기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지라우두 아우베스 핀투 지음, 김용재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5월
평점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보다 많이 읽힌 아동 문학의 고전이라고 해서 궁금한 마음이 앞섰다.
지라우드 작가는 세계적 권위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대표 아동문학가로서 언론인, 화가, 만화가, 극작가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1980년 출간된 후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가 된 매력적인 그림책의 세계,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난다면 폭풍 공감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이니까...
어린 시절을 마냥 추억하게 하는 그리운 그림책이니까...
-예전에 한 아이가 있었어요.
눈이 배보다 더 큰 아이였지요.
엉덩이에 불이 달리고
발에는 날개가 달려 바람이 일었어요.
세계를 감쌀 정도로 긴 다리에,
나무 위에서 뛰노는 원숭이들처럼
머릿속엔 늘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이 가득했어요.-
작가의 시선을 빌려 만나 본 주인공 꾸러기의 신박한 모습이다.
약간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아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였다.
언젠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분주하게 움직이는지 스팟 필름이 돌아가는 활동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사실은 멍한 시선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움직임을 쫓아다니게 된 것인데, 그러는 동안 수많은 감정들이 일어났다.
그것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온갖 마법이 저절로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골 우리 집 마당에서 지난 달에 태어난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작약밭을 놀이터 삼아 뛰어 다니기 시작하였다.
술래잡기 놀이라도 하는 걸까?
잠깐동안 열일을 제쳐두고 고양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아이들은 모두 사랑스럽다.
아무런 조건없이 나를 웃게 만든다.
그새 낯이 익었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 먹성이 좋고 활발한 아이, 조심스러워 절대로 경계심을 풀지 않는 아이...
유난히 겁이 많아서 형제 간의 서열에서 밀리는 아이조차도 놀 때는 다행히 활발하다.
네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별탈없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더불어 세상의 모든 꾸러기들을 함께 축복한다.
그동안 내가 만나본 꾸러기들이 불현듯 생각났다.
지금 그 아이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세상을 움직이는 빛나는 존재들은 어린 시절 모두가 하나 같이 꾸러기들이 아니던가!
오늘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도 우연히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신의 꾸러기 기질로 매를 벌었던 경험들을 풀어내면서 분위기가 몹시 화기애애했었다.
작가는 자신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마흔여덟 살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처음에 만화로 연재한 책이 출간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금은 엉뚱한, 그러면서도 지극히 보편적인 일상의 해프닝들은 다름 아닌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갑자기 마음이 텅 빈 듯이 느껴지면
자기를 꼭 끌어안을 줄 알았어요.
어디에 자신의 두 팔을 두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주위가 너무 조용하면
이야기를 지어낼 줄 알았어요.
사람들은 기꺼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줬어요.-
감성적인 텍스트와 만화체의 일러스트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유롭고 특징적인 터치감은 역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였다. 특히 면지 그림은 단연코 최고다.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 양산을 몰래 들고 나갔다가 잃어버린 꼭지를 찾느라고 눈을 부라리며 길바닥을 샅샅이 뒤졌던 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서 흠뻑 젖었던 일, 만화방에 틀어박히면 시간가는 줄 몰라서 툭하면 동생이 찾으러 왔던 일, 차비를 아껴서 엄마 몰래 길거리 풋복숭아를 사 먹던 일 ...
"안녕? 나의 꾸러기"
덕분에 그 시절을 다시 추억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고마웠으며 이토록 멋진 책을 소개하게 되어 기뻤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