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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 리, 자유를 향해 걷다 - 6월 19일 준틴스의 할머니 이야기
앨리스 페이 던컨 지음, 케투라 A. 보보 그림, 김선희 옮김 / 템북 / 2022년 2월
평점 :
오팔 리는 누구인가?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흑인 여성이며 인권 운동가이다.
그림책을 통하여 오팔 리를 처음 만났다.
멋진 그림책이다.
링컨으로부터 오팔 리까지 158년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담고 있다. 미국의 준틴스데이를 소재로 삼아 범세계적인 인권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 내가 몰라도 될 남의 일이 아니다.미국 뿐만이 아니라 현재 유럽에서도 인종 차별의 모습은 종종 재연된다. 백인 우월 의식이 아직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다문화 교육을 정책적으로 실시하고는 있지만 삶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냉담하고 우려가 담겨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림책은 말한다.
피부색이나 출신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런데 준틴스데이(6월 19일)의 유래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에 의하여 미국의 노예제도는 종식되었다. 하지만 텍사스의 흑인들에게는 노예해방 소식이 2년 뒤에야 전해졌다는 것이다. 그 날은 1865년 6월 19일이었다.
잃어버린 2년, 모두가 자유로워진 날, 이 날을 기념하여 준틴스데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내 인종차별은 종식되지 않았다.
1876년에 제정된 '짐 크로 법'은 공공장소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규정이다.
법에 따라 모든 장소에 사람을 차별하는 표지판이 붙여졌다.
'백인 전용, 유색인종 전용'
영화 <그린북>에서 충격적으로 보았던 장면들이 함께 떠올랐다.
오팔 리가 어린 시절에는 흑인은 일 년 중 단 하루만 동물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오직 '준틴스의 날'이었다.
-버디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어요.
"아, 그때는 정말 별로였네요."-
그림책은 준틴스 대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시작된다. 버디도 지금 이곳에 있다. 버디는 오팔 리의 증손자이다.
그림책의 서사 구조는 버디와 오팔 리의 대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초록의 대지 위에서 꿈나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준틴스의 의미, 그림책의 감동적인 메시지가 가슴 저릿하게 다가왔다.
2021년 6월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준틴스를 미국의 정식 국경일로 만드는 법안에 서명하였다.
94세의 오팔 리가 옆에 서 있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오팔 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을 걸으며 미 의회에 청원하기 위해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모았다.
'모두가 자유로울 때까지!
우리 중 누구라도 자유롭지 않다면
우리는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닙니다.'
용기있는 흑인 여성의 계속된 투쟁으로 미국 내 모든 흑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안겨준 인간 승리. 그 역사적인 사건을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인권이 무너진 현장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전쟁과 기아, 뿌리깊은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사고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거듭해 읽을 수록 이 그림책이 더욱 가치롭다.
우리가 함께 그림책을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인권 문제까지 확대시켜 이야기해 본다면 어떨까?
수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워크북이 함께 출시되었다.
PDF 파일은 출판사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자유는 마치 보석과 같아서 자유를 위한 싸움은 모두를 빛나게 한단다." -본문 중
"내 이야기를 꼭 기억하렴. 자유는 모두를 위한 거야. 준틴스는 너와 나, 모두의 자유를 기뻐하는 날이야." -본문 중
그림책으로 배운다.
나에게서 비롯된 선한 영향력이 너에게로 흘러가, 마침내 아름다운 우리가 되는 것.
문득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를 반추해 보았다.
가치있는 삶을 위한 지혜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이 그림책을 우리 아이들이 온마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