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할아버지가 버스를 놓친 날 - 어린이도서연구회 새로 나온 책 (추천 도서)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2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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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든 그 순간의 감동을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합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서평단으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했는데요. 아껴가면서 넘겨본 페이지마다 공감과 웃음, 그리고 맑은 사랑이 넘실거렸어요.
오랜만에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을 꺼내어 나란히 놓아봅니다.
와우!
10년 만에 후속작이 나왔어요.
'돌아온 아모스 할아버지와 동물친구들, 다시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다'고 하는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의 서평이 제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네요.
순수하고 담담한 인간 본연의 감성을 끌어내는 그림책의 신화. 그림책이 전하는 잔잔한 감동이 책을 읽는 동안 서로의 가슴을 이어주는 듯 오묘합니다. 날것의 펄떡이는 감성조차도 충분히 매료시키죠.
색감으로 통통 튀는 그림체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빠져서 보더라고요. 그림 읽느라 신이 났어요. 작가가 숨겨 놓은 회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그림책은 사이의 예술'이라고 하더군요.
그림과 글의 사이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놀이를 하는 듯 즐거웠답니다.
새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어요.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에서는 빨간 풍선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비치볼이었어요. 비치볼은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갈까요?

자, 그럼 지금부터 그림책을 제대로 소개해 볼게요.
면지의 색감부터 제 맘 속에 쏙!
그린의 싱그러움이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듯 합니다.
헌사도 있어요.
저는 그림책의 헌사를 좋아해요.
헌사의 대상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치 저에게 하는 말처럼 다정함이 느껴져서요.
-필립은 이 책을 에린에게, 에린은 이 책을 필립에게 바칩니다.
에린은 이 책을 주디, 캐럴린, 루스 앤, 케빈, 하이디, 셸리, 캐런, 메건, 포샤, 모건, 데브라, 바운다, 게일, 엘스워스, 로빈에게도 바칩니다.-

너무나도 중요한 첫 장면입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버스를 놓치게 되는 까닭이 바로 이곳에 숨어 있거든요.
친구들과 놀러 갈 생각을 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거죠.
따르릉, 시계가 울리자 어김없이 출근 준비를 시작합니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스토브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다가 아뿔싸! 그만 잠이 들고 말아요.
빵빵!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허둥지둥 뛰어나갔지만 5번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쳐 버렸어요.
''오늘은 놀러 갈 시간이 없겠구나.''
그러고는 동물원까지 먼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어요.
에고, 아모스 할아버지가 모자와 가방을 서점 앞에 남겨두고 가셨어요. 물론 아모스 할아버지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요.
자꾸만 어긋나는 일상, 마음이 한없이 구겨지는 날, 그런 날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 그림 보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어요. 길 위에서 아모스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돌보고 있는 작은 동물들이 귀엽고 대견했어요.
내가 잃어버렸던 물건들도 이런 돌봄을 받았겠구나...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늦게서야 동물원에 도착한 아모스 할아버지는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어젯밤에 잠을 못 잤거든.''
''그래서 아침에 버스를 놓쳤지 뭐니.''
''그 바람에 아끼는 모자까지 잃어버렸단다.''
''그런데 거북이는 어디갔지?''

잠시 쉬려고 앉았던 벤치에서 아모스 할아버지는 그만 잠이 들어 버려요.
친구들은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아모스 할아버지의 일을 대신하기로 했어요.
코끼리, 펭귄, 코뿔소와 부엉이는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완벽하게 일을 처리했답니다.
그럼 거북이는 아모스 할아버지를 어떻게 도왔을까요?

''만세! 내 모자다!''
''모두 고마워. 하루 아침에 이렇게 멋진 일들이 많이 생기다
니.''

아모스 할아버지의 행복한 마음결이 느껴지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서로 믿고 도우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내 삶의 안전한 울타리이며 자양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모스 할아버지는 동물원에 근무하면서 최선의 관심과 배려로 동물들을 돌보았고, 함께 우정을 키웠어요.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름답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충분히 교감할 수 있으며 모든 인연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진리를 품고 있네요. 인간 관계 또한 그러할 테지요. 제 곁에 있는 다정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우리, 서두르면 오후 버스를 탈 수 있겠어.''
그리고 맨 마지막 정류소에서 내렸답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이 출간될 당시, 필립과 에린은 모두 신인작가였다고 합니다. 이후 10년간 두 작가는 더욱 성장하였고, 지금은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가 되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더욱 깊어진 문장과 그림으로 찾아온 <아모스 할아버지가 버스를 놓친 날> 을 꼭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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