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보기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소연 외 옮김 / 시각과언어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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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이 번역이 될때는 우리나라에 막 라캉이 소개되기 시작할때였다고 보입니다. 주로 우리나라에서 라캉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마르크시즘에서 한계에 부딪히자 이론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알튀세르를 읽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알튀세르이론의 기초가 된 라캉에 입문하게 되는 식이지요. 이 책의 번역자도 비슷한 경로를 밟은것 같고, 지젝 자신도 포스트알튀세르주의자라고 자칭하고 있읍니다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읍니다. 물론 영화의 이론적인 분석과 평론에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그때보고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웬 분석이람!)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겠지만 영화라는 것을 어떻게 읽는가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라캉의 후기이론을 기본으로 자유자재로 영화를 요리하는 지젝의 재주가 정말로 경이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정확히 말해 이 책은 개별 영화의 평론이라기보다는 각각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라캉이론에 대한 해설서입니다. 지젝의 책은 이것이 나온 후에 두권이 더 번역되었는데 전 세권을 다 읽어보았는데 영화 자체에 대한 이론서로는 이책이 가장 탁월하다고 보입니다. 나머지 두 책은 영화이야기는 철저히 라캉이론의 해설의 보조수단으로 나오지만 이 책은 영화 자체의 구조의 이해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며 내용도 이해가 쉽습니다.

한가지. 국내에 소개된 라캉이론서는 거의 다 전기의 라캉사상. 즉 상징계를 강조하는 구조주의적인 라캉인것에 반하여 지젝이 기대는 라캉사상은 60년대 중반부터 죽기전 70년대에 전개했던 실재를 강조하는 라캉사상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라캉이론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가면 이해가 힘든부분이 꽤 됩니다. 이책은 국내에 잘 소개가 되지 않은 후기라캉사상의 입문서로도 좋은 역할을 합니다. 이후에 소개되는 할리우드의 정신분석이나 향락의 전이는 완전히 후기라캉이론의 틀로서 이론이 전개됩니다. 지적 쾌감을 위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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