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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철이 없다." 는 내용은 기원전 1700년 전 벽화에도 새겨져 있다고 하죠.
저도 잠시 젊은이였었고, 이제는 기성세대로 올라가면서 맞아맞아 애들 진짜 철딱서니 없어.
라고 솔직히 가끔은 생각하지만 또 쟤네도 크면서 똑같이 생각할거라고 예상합니다.
요즘 사람들에 대한 걱정, 기원전부터 쉬지않고 염려받느라 세태 비판 글이나 책은 언제나 많은데
오늘은 그 걱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 걱정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한 책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같이 읽어봅시다.

이야기는 저자와 친구의 맥주 한 잔에서 시작됩니다.
방금 주문한 맥주, 그 맥주 브랜드를 불매할 것이냐 그냥 마실것이냐
세상에 유익하지 않은 업체를 거부하는, 품위있는 인간으로 살려는 친구의 고민으로부터
품위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품위 있는 삶이란 뭘까요? 아니 그 전에 품위가 대체 뭘까요?
"현대 사회는 결속과 분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그 한가운데에 이른바 '중간 세계'가 있다.
이 중간 세계에서 개인은 타인과 서로 조율하고 화합하며,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나란히 성장해간다"
품위는 바로 이 영역에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고민은 소위 '품위 없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저도 한 때 페이스북을 통해 소원해졌던 여러 사람들과 다시 소통하며 SNS의 장점을 한껏 누리다가
쏟아지는 광고와 의미없는 피드들, 합의점을 찾지 않는 토론, 익명을 이용한 악성 글들에 점점 피곤을 느껴
지금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어요. 대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소소하게 하긴 하지만
예전만큼 다른 사람의 피드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나의 기록에 집중합니다. 안 그러면 정말 너무 피곤해져서
수십명 수백명의 사람들이 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쉴새없이 말풍선으로 공격하는 것 같거든요.
아마 저처럼 인터넷에 염증 느껴서 오히려 등돌리신 분들 꽤 계시죠?

우리나라도 최근에 특정 분야의 뉴스에는 댓글을 금지했지요. 예전에는 진짜 이게 댓글창이야 쓰레기통이야
자기 이름 까놓고 얘기하면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나? 싶은 사람들도 많아서
갑자기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진건지 아니면 사람들은 원래 이랬는데 인터넷이 발달하니까 이게 이제 잘 보이는건지 .
헷갈릴 지경이에요. 역사학자 티모시 가튼 애쉬는 인터넷을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하수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만큼 인터넷의 문제점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온라인상의 공개적인 게시판에 글을 쓰는 사람은 응답자의 7%뿐,
사용자의 90% 이상은 공개 게시판의 토론에 거의 참여하지 않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일도 극히 드물다고 발표했다고 해요.

ㅋㅋㅋ 저자가 한국 사람인가? 결정적으로 생각하게 한 대목이에요. 아닙니다. 독일 사람인데
이렇게 요즘 세태에 대한 분석이 어쩜 우리나라 사람인 줄... 인터넷에서 요즘 사람들의 말뽄새는
전 세계가 마찬가지인가봐요. 무조건 니가 틀렸고 무조건 내가 맞았다 이건 뭐 양반이죠.
분노 전시, 저격, 혐오 문화 등등 온갖 악한것들이 가득한 인터넷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는 내용들이 나와서
공감도 되고 또 그만큼 몰입도도 좋아 술술 읽힌 책이었답니다.

내 지인들이 이렇게 힙한 셀럽들이다, 내가 이렇게 잘나간다며 인간의 소속되고 싶은 욕구와
내가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내가 이렇게 멋진 곳에 다닌다며 과시하고 싶은 욕구,
너도 어서 나를 찬양해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좋아요와 리트윗수로 보상받으려 하고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본능에 착착 부합하는 SNS라는 구조는 망할 수가 없어요.

인터넷을 통해 보여지는 품위없는 요즘 사람들, 요즘 젊은 것들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사람들이 예전 사람들보다 품위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수의 과격한 사람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인터넷 특성상
아직은 품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을 통한 좋은 영향도 분명히 있고
특정 브랜드 불매운동이나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훈훈한 뉴스들 역시 인터넷이라 파급이 가능한 긍정적인 효과인걸요.
책 중간에 나오는 정보도 있었죠, 게시물 활동하는 사람이 실제 응답자의 7%라니..
그 7% 중에서도 일부가 악플을 달고 분노를 전시하는거라면 제 생각보다 훨씬 적네요.
하지만 그 일부가 혐오 문화를 만들고, 분열을 일으키려고 한다면 우리가 정신을 바딱 차려서 잘 걸러내야겠지요.
현재 너무 잘 살고있는 특정인물에 대한 비판도 많아 헉 이렇게 적어도 되나 하는 걱정도 되는 솔직한 책이었습니다.
공존을 위한 포용과 연대, 품위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