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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마음일까? ㅣ 이게 정말 시리즈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동화책은 '童 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때리기도 하고 토닥토닥 다독여주기도 하죠.
저도 어른이니까 어른의 책을 읽어야지 허세에 사로잡혀 고전 문학, 심리학같은 책만 찾다가
최근 아이 책을 빼앗아 읽는 동화책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답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 로 이미 전 세계에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한 요시타케 신스케.
이번에는 주니어 김영사 <이게 정말 마음일까?>로 우리에게 다가왔어요.
<이게 정말 마음일까>는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줄까요?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면 안된다고 배우지만 평생 아무도 안 미워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런 사람이 있다면 바로 예수나 부처. 세계 4대 성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만
학교, 종교, 사회 등등에서 우리에게 강제로 요구하는 남 미워하지 않기...
<이게 정말 마음일까?>는 시작부터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잖아요.

주인공 아이는 내 마음속에 쏙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조잘조잘 떠들고 있네요.
사실 저는 저렇게 귀엽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치지는 않아요.
커피 사려고 줄서있는데 사이렌 오더로 주문 계속 밀려라. ATM에서 100만원 뽑았는데 영수증 말고 돈 갈아라...
후하하 상상만으로 그칠 뿐이지만 상상만 해도 아주 꼬숩져. 흥, 똥이나 밟아라.
그래도 주인공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시간이 정말 아까워!' 하고 소중한 자신을 잃지 않아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쓸데없다는 걸 알고 있는 기특한 주인공.
그런 쓸모없는 마음의 소비를 막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해보지만...
으앙 기분이 풀리지 않아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감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차피 그칠 비라면 아예 그 비에 흠뻑 젖는 것도 방법이죠!
화가 나거나 울적할 때 재미있고 밝은 내용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화가 나는대로 벌컥 화를 내거나 우울한대로 엉엉 우는 게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도 왜 펑펑 울거나 친구에게 막 퍼붓고 나면 속이 시원할 때가 있잖아요?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쏟아내고 흘려 보내는 것도 효과가 좋답니다.
기분 좋은 일을 보지 못하게 나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이 녀석,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어른들도 싫은 사람이 있나봐요.
인형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주인공은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싫은 사람은 혹시 무언가에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런 녀석한테 말이죠. 조종하고 있다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괴물을 보고 풉 웃었지만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다른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ㅠㅠ 너무 마음이 예쁘죠.
자기가 싫어하는 친구는 죄가 없고 그 괴물이 그 친구를 조종해서
자기가 원하는 한숨, 짜증, 슬픔을 얻어내는거라고 생각하는 과정이 너무 기특하고 신박했어요.

그렇다면 그 못된 괴물이 원하는대로 순순히 슬퍼해 줄 수는 없죠.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멋진 친구들과 함께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 마음을 뭉쳐 좋은 에너지를 모아봐요!
어른이 된다면 싫은 사람이 있어도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그 자리를 잘 피하거나 당당히 맞서거나!
어떻게 할 지 스스로 정할 수 있겠죠? 분명히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네요...
아가야, 나는 어른인데도 그거 잘 못해 ㅠ 욱하고 속상해하고 가끔은 울고 그래 ㅠㅠ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죠.
그 미움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다른 곳으로 원인으로 돌릴 수 있다면,
나의 에너지를 다른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곳에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 오늘은 누가 날 괴롭혔어." "엄마 누가 날 미워하는 것 같아" 라는 말을 들어보신 부모님들은
아마 한 번 이상 걱정해 보셨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남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헛된 일에 소비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