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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영화 [파니 핑크]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하는 재료의 말들"
▫️아. 정말 사랑스러운 책 이다.
독일 영화계의 거장 도리스 되리.
그녀의 에세이 '미각의 번역' 을 나는 요리책으로 생각 하고 책을 마주했다.
아.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
나는 도리스 되리의 어린시절에 경험했던 신기하고도 다양한 추억들을 꺼내어 그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의 사랑스런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마굿간에서 훔쳐먹던 빵,
낯선 여행지에서 먹어보았던 송아지 뇌,
한여름에 과즙 츄르륵 떨어지는 수박 이야기 등등 경험과 추억에 스며들어있는 음식, 요리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들어가 웃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나 음식에 관한 추억들을 가지고있다.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콩나물 밥상,
엄마의 소고기국,
아빠가 썰어주었던 햄,
동생이 자신있게 해주었던 김치볶음밥.
이러한 추억들에 가끔 나를 내어놓고 그것에 한참을 포개져 생각을 하는것은 지금의 나 자신이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위로 같은것이기 때문이다.
'미각의 번역' 을 읽으면서
'먹는다'
이 '먹는다' 는 행위가 어쩌면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행위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우리는
'우리 언제 밥한번 먹자' 라고 인사하듯 그 사람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는것 아닐까.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평생을 먹는자 로 살아갈것이다.
이러한 먹는것에
어떤것으로 어떤 요리를 하고,
어떠한 음식으로,
어떤 이야기로,
어떤 인생을 만들어가게 될지 기대된다.
🔹️본문중에서
우리 모두에게 뇌 요리는 색다르면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렵다.
정말로 네 명의 아이를 위해 송아지의 뇌가 네 개나 있었다고? 우리는 1 곱하기 1은 1도 모르는 송아지 뇌를 냠냠 짭짭 맛있게 먹으면 송아지의 뇌와 비슷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럼 송아지는 그 회색빛의 작은 뇌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젠가 자기 뇌가 접시에 올라 우리 앞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은 확실히 아니었을 거다!
_ p.59
우리는 직접 요리를 해 먹기엔 너무 피로하다. 하지만 일단 내 두 손을 움직여 요리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다시 에너지를 얻게 된다. 나는 내 몸으로 되돌아온다. 몸이란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매개체다. 매일 ‘부엌에 도착’하는 일에는 특별할 게 없다. 꿈에 그리던 여행처럼 대단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 당근과 함께 한다는 건 여행에 준하는 일이다.
_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