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정치적 탄압을 다룬 소설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우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1977년 밤, 온 마을 전기가 동시에 꺼지고 어둠속에서 한무리의 괴한들이 실비아의 집으로 쳐들어와 오빠 에두아르도를 납치해간다. 가족들은 망연자실 아무 일도 할수가 없었고, 평온했던 실비아의 삶은 그 순간 달라졌다.

서로에게 전할 수 없는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실비아가 오빠를 구해내기 위해 펼치는 일들과 에두아르도가 살아남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수없는 고문들을 이야기한다.

군부의 탄압이 옳지 못하다는 사실을 몸소 주장하고자 했던 에두아르도는 가족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운동을 해 나가다 급진적 혁명 세력에게 휘둘려 감옥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가만히 앉아 오빠가 죽거나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던 실비아는 군부의 핵심인물의 아들을 유혹해 오빠를 살려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과 기대는 처참히 무너지고 오히려 가족을 위기로 몰아넣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을 경험하지 못한 나조차도 그 당시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를 잘 알고 있는데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얼마나 절절하게 다가오겠는가.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데 그를 구해낼 방도가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것이다. 지금도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테고 말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이 기간에 실종된 사람 3만명, 강제입양 500명, 정치범 1만명, 정치적 망명자 30만명이라고 한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이런 일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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