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두는 여자
베르티나 헨릭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마흔 두 살의 엘레니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다. 남편과 두 아이가 있고,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며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삶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프랑스 여행객의 방을 치우다 체스판을 건드리게 되고 그 순간 체스에 매료되어 남편 생일 선물로 어렵게 어렵게 체스를 준비한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체스를 별로 반기지 않고 한 쪽 구석에 버려두고만 있다. 전자 체스판이기에 혼자서도 배우며 연습할 수 있었던 엘레니는 체스에 빠져들게 되고 점차 일상적이었던 그녀의 일들은 하찮은 일이 되어버린다. 체스판을 구해주었던 선생님과 1주일에 한 번씩 체스를 두며 그녀는 점점 체스 실력을 키워간다.
한 편, 엘레니가 살고 있는 낙소스 섬에서 체스란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게임이며 엘레니가 체스를 둔다는 소문이 퍼지자 남편은 그녀에게 당장 체스를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남편과 각방을 쓰고 아이들의 이해를 구하지도 못하지만, 그녀는 남몰래 체스를 계속하게 되고, 선생님의 권유로 아테네에서 열리는 체스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섬에서 나고 자란 그녀가 대도시에서 열리는 체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위험이 따르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감수하기로 한다.
체스는 그녀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의 일상을 지겨워 하며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 후에 저녁먹고 텔레비전과 책을 보다 잠이 들고, 주말이면 집에서 쉬며 가끔 외식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활동적이거나 풍요롭다고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큰 돌파구가 없기에 인생에 만족하고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엘레니 역시 그렇게 편하게 살아가다 체스를 만나 인생이 달라졌다. 남편과의 불화, 주위의 따가운 시선들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무언가를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과연 지금 나에게 내 삶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과연 지금의 안전한 삶을 버릴 용기가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엘레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용기가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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