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난 한 번도 헌혈을 해 본적이 없다.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위해 약간의 피를 뽑는 것도 무서운데 다량의 피를 뽑는 헌혈은 나에겐 너무 고통스러운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헌혈에 대한 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간혹 텔레비전에서 헌혈을 하다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이 책처럼 적나라하게 그 공포를 전해주지는 않았었다.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으로 피를 팔던 사람들이 시간히 흐른 뒤 집단적으로 에이즈에 감염된다. 하나의 바늘로 이사람 저사람의 피를 뽑고, 하나의 거즈로 사람들의 피를 닦아내다 결국엔 온 마을 사람들이 재앙에 빠진 것이다.

이야기는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은 한 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는 학교의 선생님이셨고, 딩씨 마을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람이었다. 정부에서 사람들의 피를 뽑기 위해 할아버지가 도와주길 원했고, 할아버지의 권유로 시작 된 매혈에 가장 앞장섰던 것이 아이의 아버지였다. 그 후 사람들이 에이즈에 걸리고 한명 두명 죽게 되자 사람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원망한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사람들 앞에서 사과하기를 원하지만 아버지는 매혈에 앞장 서 부자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할아버지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을 학교로 모아 함께 지내며 병을 치료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길 원하고,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곳에서 또 다른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건들은 인간이 얼마나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며 이기적인 존재인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욕정을 채우기 위해 죽어가는 환자들끼리 정을 통하기도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일을 꾸미고 협박을 하기도 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기도 한다.

평화롭던 한 마을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피의 거래가 결국엔 한 마을을 파탄에 빠지게 한다.

난 책을 읽으며 에이즈의 공포보다 인간의 욕심이 더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에 모든 인간은 이기적인 것이다. 내 몸의 건강이 중요해 가족을 버리기도 하고 나의 부가 중요해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기도 한다.

지금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나 역시 궁지에 몰리면 이렇게 이기적인 존재가 되고 말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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