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청춘이란 20대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물론 지금도 확실하진 않지만) 함께 다양한 길이 열려있는 20대가 청춘이고 그래서 그 시기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대학만 가면 모든게 저절로 될 줄 알았지만 휴학과 복학을 거쳐 졸업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었다. 막상 졸업을 앞두고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백수가 될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 섣불리 취직을 했었고 뒤늦은 후회에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이런 나의 20대를 담고 있다.

시나리오 원고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반 백수처럼 살아가는 옥택선(작가가 옥택연을 좋아하나 보다). 남자친구도 없이 혼자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과학자인 한 남자와 소개팅을 한다. 미키마우스를 좋아하는 그는 소개팅 자리에서 자기 얘기만 하다 사라지고 그녀에게 그는 별 의미없는 사람으로 잊혀진다. 얼마 후 그가 갑자기 그녀를 찾아와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부터 온갖 이야기를 하며 하룻 밤을 지새우고 가고 며칠 후 죽음을 알려온다. 그는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것이고 그 바이러스는 그녀에게도 옮겨졌다. 죽어가면서까지 그녀를 걱정했던 그가 남긴 단서를 통해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그녀의 얘기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녀가 감염된 바이러스는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게 되고 자신이 짝사랑하던 남자를 찾아가 고백할 수 있는 용기도 주며, 항상 비관적이었던 그녀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국민연금을 내는 직장인을 부러워하며 사회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그녀. 하지만 사랑에 빠져 바라본 세상은 아름다웠다. 아마 그것이 사랑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처음엔 그 바이러스가 번지는 게 무슨 큰 일인가 싶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짝사랑하는 사람이 무진장 많이 생길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럼 그건 비극일 것이다.

어려움에 처했던 그녀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청춘극한기가 아닐까.

다소 우울하고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무척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지금 암울해 하고 있을 청춘들이 읽으면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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