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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는 여러 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사실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읽기 시작한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은 '우울'이다.
<가을 몽정>에서는 약혼자가 있는 여자가 우연히 중년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잠깐 한국에 머물거라는 남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그를 '님'이라 칭하고 님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알지만 그녀에게 그는 단지 삼촌 정도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 안에서 님은 그녀에게 강압적인 스킨십을 하게 되고 거부하던 그녀에 의해 코피가 터지고 그녀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이고 떠나버린다. 그 후 그녀는 님에 대한 혼란한 감정으로 결혼마저 미루게 된다.
<어항>에서는 알콜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을 둔 임산부가 어항속의 물고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아래층 여자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로 아래층 부부가 여자의 집에 찾아와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항이 깨지고 어항 속의 물고기가 죽게 되고 여자 또한 뱃속의 아이를 잃게 된다.
<딤섬>에서는 행위예술가인 여자가 암에 걸린 엄마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몸에 칼을 대기 싫다고 수술을 거부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딤섬이 식어서 맛이 없다고 버리기도 한다.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양이로 행위예술을 하던 여자는 결국 엄마가 수술을 받도록 설득하지만 병은 이미 깊어졌고, 그녀는 엄마도 고양이도 없이 혼자 남게 된다.
<스무개의 담배>에서는 신혼시절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된 남편을 둔 여자가 사업에 망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여자가 통신판매를 하려했던 남자였고, 그 둘은 하루의 데이트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 준다.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사고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어머니를 둔 여자의 이야기이다. 동네의 조그마한 세탁소를 운영하며 단란했던 가족은 엄마의 일탈과 아버지의 폭력으로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태엽감는 여자>는 정상적인 가정환경에 순응하며 살기보다는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고 싶어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이혼한 여자가 외국인을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지고 클럽에 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그가 떠나고 혼자 버려져 결국 남편에게 돌아가게 되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외국인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다시 풀어져 있던 태엽을 감으며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려 한다.
<현실은 비스킷>에서는 1년째 임금체불이 시달리던 남자와 그로 인혜 피혜해져 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느 삭제되지 않은 비망록>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을 한 달 남겨놓고 가출하여 생계를 위해 몸을 팔며 살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8편의 단편속에는 모두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릴 적 아픈 기억으로 가을마다 괴로워하는 남자, 어항 속의 물고기를 보며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여자, 아름다워야 할 신혼에 절망한 남편과 함께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여자 등 책 속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프다. 과연 작가가 하고자 한 이야기가 뭐였길래 이렇게 아프게 그려냈을까. 그리고 책 속의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를 유혹하고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를 공격한다. 남자가 공격하는 이유가 여자가 먼저 유혹하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책을 읽으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외롭고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그렇게 쉽게 타인에게 기대고 의지하려 하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솔직히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지만 새롭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