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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스무 살일 때 친구 한 명이 바다에 들어갔다 파도에 휩쓸려 죽었었다. 그 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어이없고 황당하고 힘들게 고생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갔는데 꿈도 펼쳐보기 전에 삶이 마감된 그 친구가 불쌍하기만 했다. 그 때 그 가족이 느끼는 절망감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책을 읽고 그 친구가 다시 떠올랐다. 물론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스무 살. 어린아이일 땐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것 같아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어지고, 나이가 들어선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뭔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거란 생각에 그 나이를 꿈꾼다. 누구나 꿈꾸는 나이인 스무 살의 드니는 7층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한다. 그 후 남겨진 가족들의 좌절과 절망, 그리고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담은 책이 <남겨진 사람들>이다.
의사인 아버지와 커리어우먼인 엄마, 4살 많은 누나와 어린 남동생을 둔 드니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그가 자살했을 때 아무도 그가 왜 그런 결정을 해야했는가를 납득하지 못한다. 의사인 아버지 피에르는 자신이 아들의 우울증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술로 고통을 달래고 신문을 사들고 아들의 무덤가로 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능력있는 직장여성인 엄마 로라는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정상인 채로 회사에 출근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출장을 다니기도 하지만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매주 복권을 사고 물건을 훔치기 시작한다. 드니와 누구보다 마음이 통했던 누나 디안은 사랑했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거식증에 걸려 뼈만 앙상한채 매일 밤 클럽을 전점하며 술을 마시고 아무 남자와 몸을 섞고 자신의 팔에 자해를 하기도 한다. 막내인 알렉상드르는 형이 사고로 죽은 줄 알고 있다. 그래서 형은 실패했지만 자신은 날개를 달고 날 수 있을거라 꿈꾼다.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는 가족들과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 화를 내고 학교에서 사고를 치기도 한다.
이렇게 드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80%가 이혼한다는 말처럼 이 가족도 곧 해체될 것 같은 불안의 연속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그들이 계속 살아가기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살아갈 힘을 얻는 것도 가족이다. 알렉상드르의 작은 가출로 인해 다시 가족이 하나로 뭉치게 되고 그들은 아직도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된다.
자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그 일. 하지만 그들도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느끼는 좌절감과 슬픔, 고통의 몇 배 이상을 남겨진 사람들이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조금은 신중해지지 않을까. 사고던 아니던 어떤 일로도 가족을 잃는다는 것,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아직은 소중히 지켜야 할 것들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