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은 지금 나의 느낌은 그저 '멍'하다. 아무런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이런 결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솔직히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성남에 살던 한 가족이 로또에 당첨되어 강남 중의 강남인 압구정 한양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들에게 쓰러져가는 이 아파트는 삶의 희망이요 구원처이고 행복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실업자였던 아빠는 당첨금의 1/20을 배당받고는 엄마와 이혼하여 치킨집을 차렸다 망하고, 엄마는 1년 코스로 딤섬을 배우겠다며 홍콩으로 가버렸고, 큰 딸 은영은 동생들을 돌보고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명문대를 다녔지만 취직을 못하고 있다. 둘째 딸인 은비는 친구 지희와 함께 날마다 클럽과 호스트바를 다니며 술을 마시고, 돈 많은 유부남들을 꼬셔 그들의 돈을 뜯어먹으며 살고 있다. 막내인 은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세상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옆집의 매맞는 유부녀와 불륜에 빠졌다. 나는 세 남매 가운데 은영이가 가장 안스러웠다. 그녀에게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다니고 압구정에 살고 있지만 실제 강남인들은 그녀를 끼워주지도 않고, 그녀는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야 할 뿐이다. 취직 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도 그녀는 인맥으로 좋은 자리 하나 건질까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팔기 싫은 아파트를 팔라는 압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명문대를 다녔음에도 취직이 쉽지 않은 상황에 인맥에 기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또한 우발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나는 강남권에 살지 않는다. 고등학교때까지 시골에서 살았고 강남이 뭔지도 모르고 서울로 왔다. 그래서일까. 내 눈에 비친 서울 사람들, 특히 강남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특권의식이 꼴사납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어쩌면 그건 나의 열등감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들은 그들이 살아가던대로 살아갈 뿐인것을. 나에게 강남은 그냥 한 지역일 뿐이다. 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도 않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지도 않다. 하지만 책에 묘사된 강남인들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여전히 배타적이고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기려 한다. 좋다고 어울려다니다가 한 순간에 배신하기도 하고, 돈에 환장한 사람들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별 감동도 없고 새롭지도 않았다. 내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