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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발칙한 유럽산책>으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횡단기>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태어난 빌 브라이슨이 20여년 간의 영국 생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여행했던 곳들을 찾아나서며 시작되는 미국 소도시 탐방기이다.
나는 사실 지도에 약하다. 길을 잘 잃어버리는 빌 브라이슨의 아버지처럼 나 또한 길눈이 어둡고 위치 감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운전면허증이 있음에도 차를 몰고 나서기가 겁이나 10년 째 장롱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네비게이션을 구입하기 전에는 신랑이 운전하고 내가 옆에서 지도를 보며 길을 설명하곤 했었는데 제대로 길을 찾은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혼자 큭큭거리며 웃었다.
나는 미국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솔직히 뉴욕이 동부인지 서부인지도 잘 몰랐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책 앞에 나와있는 지도를 따라가다 보니 이젠 대충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지도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평생을 사신 빌 브라이슨의 아버지는 휴가철만 되면 무슨 강박관념에 시달리듯 고물차에 가족들을 모두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셨다.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투철한 경제관념으로 비싼 유락시설에는 절대 들르는 법이 없으셨으며 좋고 비싼 호텔이나 맛있는 음식보다는 허름한 숙소를 선호했던 빌 브라이슨의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랜 영국생활 후에 돌아온 미국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 떠난 그의 자동차 여행도 어린 시절의 고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어릴 적 보았던 모든 것을 그리워 하지만 이제 그가 좋아하던 도로표지판이나 광고판은 찾아볼 수가 없고, 작은 도시들은 모두 각각의 특징을 잃고 어딜가나 패스트푸드점이나 쇼핑몰만이 가득하다. 동부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서부를 돌고 난 후에 고향인 디모인에 돌아온 빌 브라이슨은 평온함을 느낀다.
그는 여행지 곳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잃고 비슷비슷해져 버린 모습에 실망하고 안타까워한다. 사실 이 책이 씌여진지가 거의 10년 전이고 그래서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의 미국이 그려지고 있다. 만약 그가 지금의 미국을 여행한다면 그의 안타까움은 더 커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랐는데 커서 고향에 가면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곤하니 말이다.
곳곳에 녹아있는 재미있는 글들을 읽으며 정말 미국 일주를 한 듯한 기분이 드는 유쾌한 책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사진과 함께 글이 씌여진 여행에세이들을 읽다보니 이 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감도 없진 않았다. 나의 책읽기도 이미 변해버린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