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보단 영화에 관심이 있었으나 영화를 놓쳐 읽게 된 책.

심각할 것이란 나의 예상과는 달리 잔잔하게 전개된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뭔가 정리되지 않는 듯한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남겨줬다.

 

주인공 한나와 미하엘른 정말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성적으로 끌림이 있었을 뿐일까...

한나에게 미하엘은 어떤 돌파구가 아니었을까. 그녀가 평생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성립되는 관계.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점점 어려워진다. 한 가지 행위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해석하고 자기들 뜻대로 결정지어 버린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미하엘은 순수하고 아무 생각없이 그녀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미하엘에게 한나는...글쎄...내가 그 나이에 한참 연상인 누군가를 좋아해보지 않았기에 잘은 모르겠지만 학생이 선생님을 동경하듯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는 어른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사랑이 한 가지라고 정의내릴 수 없듯 이 둘의 마음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서로에 대한 사랑보단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더 컸던게 아닐까. 그래서 미하엘은 한나에 대한 마음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고, 한나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자 말없이 그를 떠난거겠지...

 

한나는 왜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그렇게까지 숨겨야 했을까...

그녀는 문맹이었기때문에 승진이 보장된 일자리를 버리고 나치를 위해 일하기를 선택했고, 미하엘을 떠났고,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까지 뒤집어 쓰며 종신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매순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았다. 다만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한 모든 행동들이 결국엔 부메랑이 되어 그녀에게 상처로 다가 온 것이다. 그럼 그녀는 왜 그 사실을 숨겼을까. 자신이 죄를 모두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남은 인생을 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 내 기준에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글을 읽지 못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렇게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나치치하에서도 어린 아이들에게 글을 읽어달라고 하고, 미하엘에게도 책을 읽어달라고 했던 사람이 왜 스스로 글을 배울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읽지 못하겠다. 직장도 버리고 사랑도 버릴만큼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면 극복하려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 그녀처럼 용감하게 살아온 여자가 감옥에서 글을 배우고 나서 사회에 나와 자신을 내보일 기회가 생겼는데 왜 출소 전 날 죽어야 했을까. 미하엘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난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화가 났다. 교도소장의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로...그녀는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겁이 났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사랑이 끝났다는 것에 상실감이 컸기 때문일까. 난 아직 그 나이가 아니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놓칠 수 없던 긴장감은 책을 다 읽고 나서 허무함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 없다거나 싫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난 한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화가 났다. 그건 아마 내가 전후세대이고 문맹이 아니며, 가슴 속에 담아 둔 사랑이 없어서일 것이다. 늘 당당하고 멋있던 그녀가 마지막에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걸 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아마 내가 쉰이 넘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또 다른 마음으로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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