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나도 인간인지라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서양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늘 유럽여행을 꿈꾼다. 휴가기간에 맞춰 촉박하게 다녀오는 관광이 아니라 한 국가, 한 도시당 최소 한 달 정도 머물며 그들의 삶을 함께 살아보고 느껴보며 유럽 일주를 하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여행을 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여행이 되어야 하므로 늘 꿈만 꿀 뿐이지만.

그런 나에게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이 하는 말은 '인도에 가고 싶다'거나 '인도가 정말 좋다'였다. 그런 그들을 난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인도여행이란 고행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학때 들었던 교양수업 중 힌두교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그 강의의 여강사가 자기는 인도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지만 그 때마다 죽을 위험을 무릅쓴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때 가졌던 생각. 인도는 위험하고 여자가 여행할 곳이 못된다. 이 생각이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도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에겐, 로맨틱>이라니. 인도처럼 위험하고 더러운 곳이 남자도 아닌 여자작가에게 로맨틱하다니. 내가 생각하는 로맨틱과는 너무 거리가 먼 곳이 아니던가. 유럽의 고풍스런 성당이나 궁이 아니라 인도라니 말이다.

처음엔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했다. 그러다 그곳에 직접 가 보자 싶어 때밀이 하나를 들고 떠났단다. 갠지스 강에서 때밀며 목욕을 하기 위해. 우선 그 용기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의 수 많은 사진 중에 인도의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의 사진은 없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수 많은 소들, 아이들의 사진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진들과 함께 작가의 깨우침이 적혀있다. 깨우침이라 표현하는 건 한국에서 알지 못했던 것을 그 곳의 사소한 일상에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인형을 갖고 놀던 여자아이가 인형옷을 보여준다며 내놓은 천 쪼가리에 실망하지만 그 아이에게 그 천은 단순한 천 쪼가리가 아니라 '사리'였다. 인도의 전통의상. 그 아이에겐 그 옷이 가장 좋은 옷인데 작가의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편견어린 시선을 고쳐나간다. 원숭이가 너무 귀여워 빵을 한 번 주었더니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매일 빵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원숭이. 그 원숭이를 보며 뿌리치지도 못하고 빵을 더 주지도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한 남자에게 매달렸던 상황을 떠올린다. 그에게 자신이 지긋지긋한 원숭이 갖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소똥을 조심스레 줍는 할아버지, 담뱃불로 쓰이는 밧줄, 코코넛 하나에서까지 그렇게 그녀는 사소한 모든 것들에서 하나씩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을 읽으며 '아.. 그래서 사람들이 인도를 찾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작은 것 하나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선 작은 것 하나에도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에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삼십 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도 과거의 사람들과 현재의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고 그렇게 하나 하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소재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느낌의 하소연일 뿐이다.]는 문장을 읽고 나니 살짝 망설여진다. 혹시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 보신 분 계시면 어떤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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