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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라이프
윌리 블로틴 지음, 신선해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나니 따뜻한 형제애가 그려진 한 편의 로드무비를 본 듯한 느낌이다.
여기 '제리 리'라는 형과 '프랭크'라는 동생이 있다. 제리 리가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어린 아이를 치게 되고 아이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 너무 놀란 제리 리는 아이를 담요로 싸 차에 싣고 동생 프랭크에게 달려가고 당황한 프랭크는 아이를 병원 근처에 버려두고 형과 함께 도망을 간다. 그렇게 두 사람의 험난한 인생이 펼쳐지게 된다.
제리 리와 프랭크가 왜 모텔을 전전하며 살 수 밖에 없었는지, 제리 리는 왜 한 쪽 다리를 잃게 되었는지, 프랭크는 왜 사랑했던 애니를 버릴 수 밖에 없었는지 등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프랭크의 상상 속 이야기들도 함께 전개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형 제리 리와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꾼인 프랭크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한다.
사실 상황만 놓고 보면 뺑소니 교통사고이고 어떤 이유로든 사고를 낸 제리 리와 이를 알고도 묵인하고 범죄 사실을 덮으려 한 프랭크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그들은 너무나 가엾은 사람들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가난한 생활을 하며 모텔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고, 다리 한 쪽을 잃은 형이나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두어야 했던 동생이나 힘들게 돈을 벌어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그 불운한 사람들에게 더 큰 불행이 닥친 것이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한다. 동생에게 피해가 될까 자살을 꿈꾸던 형과 아픈 형이 경찰에 잡혀갈까 병원에서 데리고 나와 형을 간호하며 돌보는 동생...과연 세상이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이런 측은지심이 세상을 망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죄를 치렀으면 이유야 어쨌든 죄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하지만 제리 리는 충분히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결국엔 죽게 되었으니 그를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또 프랭크도 죄책감에 힘들어하고 이제 세상에 혼자 남겨져 그 죄를 짊어지고 살아야 하니 용서해 주면 안될까...물론 자식을 잃은 가족으로서야 미칠 노릇이지만 말이다.
왜 그들은 사고가 났을 때 바로 사실을 밝힐 용기가 없었을까. 그랬다면 그들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았던 두 사람이기에 조금 더 힘든 상황이 된다 해도 그들은 살아나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줄 자신만의 섬이 있다고 한다. 제리 리에겐 그림이, 프랭크에겐 글 쓰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과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살펴봐도 힘들고 지치지만 그들을 지켜 줄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가는 휴가를 기다리는 사람, 연예인에 열광하는 사람,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 등 말이다. 나의 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