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펄 벅 지음, 정연희 옮김 / 길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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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이다.
펄 벅의 책을 세 권 읽었지만 이 책이 나에겐 최고의 작품이었다.

자신의 일에서 인정을 받으며 사랑하는 남편과의 행복한 생활을 즐기던 로라에게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항상 믿고 사랑하며 존경하던 남편 크리스에게 머나 먼 한국에서 아들이라는 김 크리스토퍼가 편지를 보내 온 것이다.  12년 전 미국에서 로라와 결혼하자 마자 한국으로 파병을 가 군 생활을 했던 크리스가 수니야라는 한국여자와 정을 통해 아들을 낳았던 것이다. 그 아들이 지금 미국 아버지를 찾아 편지를 보내왔다. 
과연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로라처럼 나도 아직 아이가 없다. 남편과의 둘 만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별로 느끼지 않기에 지금껏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남편이 어디선가 아이를 데리고 온다면 난 과연 그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크리스는 그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자신이 너무 어렸기 때문이라고...아이를 갖길 원했던 것도 아니고 부인인 로라만큼 수니야를 사랑하진 않았다고...과연 그 이유들로 그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로라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과 수니야란 존재에 대한 질투심으로 한국으로 간다. 그의 아이와 그의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 곳에서 혼혈아들이 겪는 참담한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가부장제인 한국에서 아비없는 아이가 어떤 의미인지 더구나 그 아이가 혼혈이라면 아이들이 겪어야 할 아픔이 어떤 것인지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호주제가 폐지되고 미혼모가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TV에 출연하는 혼혈 가수들도 그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끝없이 얘기하고 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작가가 바라보던 그 당시 한국에서 그들의 삶이 어떠했을까..
하지만 로라는 용감하고 마음 따뜻한 여자였다.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던 크리스는 자신이 잃게 될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실과 직면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라는 수니야에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고 김 크리스토퍼를 미국으로 데려간다. 아이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로라와 아이의 존재를 아직 밝힐 수 없는 크리스는 우선 아이를 기숙학교에 두고 서로의 의견을 절충하기 위해 기나긴 투쟁을 시작한다. 로라는 남편을 믿고 기다린다. 그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결국 주지사에 당선된 크리스는 아이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새해가 시작되는 날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그들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줄곧 마음이 아팠다. 로라, 크리스, 수니야, 김 크리스토퍼 각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고 너무나 절절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불륜을 알았고 더구나 자신이 아이를 낳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아이의 존재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로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이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흔들려 버렸지만 결국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크리스, 평생을 두고 사랑했고 늘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대신 그의 부인을 만나야 했던 수니야, 어머니와 어머니의 나라에서도 사랑받지 못했고 아버지의 나라에 와서도 외로웠으며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늘 의문을 품었던 김 크리스토퍼. 그들의 이야기를 어찌 이보다 더 잘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식물도 동물도 아닌 생물을 연구하는 로라에게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 아이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이 누구냐고 묻는 김 크리스토퍼에게 교장선생님이 한 설명이 그 의미가 아닐까.

"이 자연계 속에는 영역과 영역, 종과 종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들이 있는데 이제는 인종과 인종 사이에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란다. 나는 그걸 소중하다고 생각한단다. 바로 결합된 생명이기 때문이야. 분열은 영원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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