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학교 다닐때도 역사를 잘 못했다. 그리고 사극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신라시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실>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다. <미실>에 묘사된 신라시대는 너무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기대와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작가의 말대로 상상력으로 묘사된 사랑이야기라기에 더 많은 기대를 갖고 접근해서인지 사실 이 책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마도 작가는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을 그리면서 그와 관련된 많은 얘기를 담고 싶었나보다. 그래서인지 한 권의 책에 고구려, 백제, 신라와 당까지 담으려니 내용은 산만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선화공주가 서동을 만나는 얘기, 고구려와 당과의 전쟁, 의자왕 이야기 등은 선덕여왕이라는 제목을 달고 쓰여진 책에 꼭 필요한 이야기였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선덕여왕과 비형의 사랑이야기다. 주류에 포함될 수 없는 남자 비형과 주류일 수 밖에 없는 선덕여왕. 그 둘은 서로 너무나 사랑했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기에 서로를 버린다. 여왕으로서의 삶과 자신의 백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선덕여왕은 비형이 함께 있어주길 바랬지만 그와 함께 떠날 용기는 없었고, 비형은 그녀와 함께 떠나고 싶었지만 그녀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혼자 떠난다.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 서로를 너무나 그리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음 아팠다. 선덕여왕이 비형을 너무나 사랑하는 걸 알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과 신의를 멈출 수 없었던 그녀의 남편 운정. 선덕과 비형의 사랑이 연인간의 불타는 사랑이라면 선덕과 운정과의 사랑은 오누이의 우애같다. 그래서 더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사랑이 아닐까. 선덕여왕의 어진 인품이나 그녀가 왜 위대한 왕인가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으면 실망하게 되지만 그녀의 사랑만을 놓고 본다면 충분히 멋진 작품이다. 차라리 다른 곁가지들을 제외하고 그녀의 사랑이야기와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다루었다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가 그 시대 상황을 묘사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조금 복잡한 전개와 굳이 선덕여왕을 다루며 필요할까 싶은 얘기들이 많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아니면 제목을 조금 다르게 붙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면 책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도 조금은 달랐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