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열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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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큰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 한병태라는 학생과 그 시골 학교의 우두머리인 엄석대가 이루는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한병태는 공부도 썩 잘하고 자존심도 있는 전형적인 서울 아이이다. 그런데 그가 전학을 온 시골 학교는 엄석대라는 아이들보다 2살 위인 아이에 의해서 움직이고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까지도 그를 함부로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병태는 엄석대의 그런 권위적이고 독재적인 행동에 맞서서 대항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엄석대를 이기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새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새 선생님이 전근을 오게 되고 그 선생님으로 인해서 엄석대라는 아이의 실체와 자잘못이 드러나게 된다. 엄석대는 힘으로 모든 아이들을 휘어잡았고 시험도 우등생들을 교대로 대리시험을 치르게 해서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었다. 새로 온 선생님은 그러한 사실들을 하나하나씩 밝혀 내고 엄석대에게 짓눌려 살았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모함하고 나선다. 일순간에 모든 상황이 변해 버리자 엄석대는 모두에게 욕을 하고 교실을 뛰어나갔고 그 뒤로 학교를 나오지 않게 된다. 몇 십년 후 한병태가 직장인으로써의 회의를 느끼던 시점에서 기차안에서 엄석대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는 흉악한 얼굴로 경찰에 대항하는 범죄자가 되 있었다.

서울에서 새로 전근을 오신 선생님에 의해 모든 비리가 다 탄로나고 한명씩 두명씩 아이들이 엄석대의 횡포를 폭로하며 흥분 했던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 그동안 엄석대에게 눌려서 표현하지 못하고 참았던 것들이 얼마나 쌓이고 쌓였으면 욕을 해대면서까지 그렇게 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부정과 부패로 이루어진 권력의 탑이 다수의 정당한 힘에 의해서 붕괴 되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더욱 인상 깊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새로 오신 선생님의 집요한 추궁 끝에 말문을 열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그 아이들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 많은 아이들이 엄석대라는 한 아이에 의해서 물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으며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큰 압박감에 시달렸을까 하고 생각하니 그 동안 그 많은 아이들이 단 한번도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분명히 그들은 정당한 절대 다수이고 엄석대는 부당한 1인데 그 다수가 힘을 합하면 자신들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당연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나중에 가서 진실이 밝혀 지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렇게 엄석대에게 복종하며 살아가야만 했던 것일까?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엄석대를 보면 부정과 부패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부정과 부패는 곧 권력을 낳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힘을 가진 자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다는 암담함을 나타낸다. 하지만 엄석대의 독재가 영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 되었든지 일시적일뿐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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