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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이야기 ㅣ 범우문고 37
김정한 지음 / 범우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낙동강 하류의 조마이섬이란 곳에서 나룻배 통학을 하는 건우의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건우와 그의 할아버지, 홀어머니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건우의 할아버지인 갈밭새 영감은 6.25때 두 아들을 잃고 며느리와 손자와 함께 사는데 그들의 생활 터전인 조마이섬이 일제시대에는 일본인의 소유였다가 해방뒤에는 어떤 국회의원의 명의로 그 소유자가 바뀌다가 결국은 섬 앞강의 매립 허가를 받은 어떤 유력자의 소유가 되어 버린다.
그러던 중 폭우가 내리고 섬을 통째로 차지하려고 유력자가 세워놓은 허술한 둑을 갈밭새 영감이 부숴 버리고 그 앞잡이를 강물에 던지고는 자진하여 수갑을 차려한다. 허술하게 쌓아놓은 둑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개같은 놈아 사람의 목숨이 중하냐 니놈들 욕심이 중하냐'라고 외치며 그 앞잡이를 강물에 던지고 경찰에게 내가 그랬소 하며 서슴지 않고 두손을 내밀던 갈밭새 영감의 행동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자신이야 어떻게 되었든지 마을 사람들 모두를 생각하여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갈밭새 영감의 진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아무리 권력의 힘이 무섭다고 해도 조마이 섬의 소유자가 수시로 바뀌고 그 사람 한명으로 인해서 섬 사람 모두가 위혐하게 되었는데도 모른채 하며 섬 사람들과 갈밭새 영감을 탄압하고 몰아세웠던 경찰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괘씸했다. 물론 현재 생활에서도 이런일은 수 없이 듣고 보아온 일이지만 지면 상에까지 등장하는 권력과 그에 아부하는 공권력의 부정과 부패가 정말 이해되지 않았고 분했다. 그런 부정과 부패가 소박하고 순수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섬 마을 사람들을 해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이 소설의 화두는 역시 조마이 섬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과 그 사람들을 위하는 갈밭새 영감이라 할 수 있겠다. 평생을 조마이 섬과 그 섬 사람들과 함께 해온 갈밭새 영감이 유력자와 맡서서 섬 사람들을 구하고 경찰에 끌려가는 행동에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자신이 그 섬 사람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쟀든 자신을 희생하여 섬과 섬 사람들을 구한 그의 행동의 정말 존경 스러웠기 때문이다. 섬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섬의 유권 다툼에 이골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힘에 대항하지 못하고 항상 속 마음을 꾹꾹 누르며 참으며 살아간다. 섬에 폭우가 내려서 둑이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마을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를뿐 감히 어떻게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갈밭새 영감은 달랐다. 모두가 해야 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용기가 부족하여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아무 말 없이 행동으로 보여준 갈밭새 영감을 보면서 정말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약간의 손해만 있어도 기피하고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이익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회피하며 또 실천하지도 못할 일을 말로만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언도 없이 몸소 행동으로 그 일을 해낸 갈밭새 영감의 행동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본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나도 앞서 말한 사람들의 부류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이 해야 할 일임을 알면서도 용기가 없어 못하는 비겁한 사람이라서 갈밭새 영감을 통해서 나마 그 마음을 대신할 수 있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