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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삼국지를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엘 갔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 목록을 쭉 뽑아 놓고 기한을 정해서 책을 읽어 왔었다. 이건 책을 읽는 진정한 즐거움을 망각하는 행동이고 내 마음에 별 감화도 되지 않는 행동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그래야 했고 그래 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독서목록 중 한권을 빌릴 생각으로 도서관을 찾은 건데 겉장이 찢어져서 너덜너덜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가시고기'.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한국인을 울린 책 1위에 올랐던 책. 왠지 모르게 끌렸다. 그래서 책을 뽑아들고 그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백혈병에 걸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다움이. 자기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병 때문에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 답고너무나도 인간다운 아이. 이름 처럼 사랑스럽고 그래서 더 가여운 아이다. 그런 천사같은 다움이를 지켜보면서 병간호를 하는 아빠. 둘의 사이는 보통 부자 관계와는 사뭇 다르게, 물론 다움이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이 둘의 관계에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각별하다. 세상에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에겐 다움이가 다움이에겐 아빠 이외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수 없는, 서로에게 유일하고 소중한 사이라는 것..... 그것 만큼 서로에게 의미있고 서로를 힘나게 하는 게 또 어디있을까? 자기의 길을 찾아서 남펴과 아들을 버리고 떠난 매정한 다움이 엄마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더 드는 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 갈수록 다움이의 병 증세는 악화 되었다. 백지장처럼 새하얀 얼굴, 머리털 하나 없는 민머리, 뼈밖에 남지 않는 몸....책을 읽는 내가 느끼기에도 지리하고 힘든 일인데....하지만 난 결국에는 다움이가 다시 건강한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았다. 착한 사람에겐 언젠가 그 만큼의 대가가 온다는 것을 믿으며 다움이와 아빠가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다움이는 일본 여학생의 골수를 이식 받아서 다시 소생할 기회를 얻었지만 2년이 넘게 다움이의 병수발을 한 아버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아니 자신의 진단서를 친구의 것이라고 거짓말 해 가면서 까지 재차 간암임을 확인 받았던 아버지의 비참하고 비통한 마음을 난 느꼈다. 아이가 완치되기를 얼마나 바랬었던가? 다른 아이들 처럼 뛰어놀고 학교 다니며 평범하게 살기를 얼마난 바랬었던가? 그렇게 바라던 일이 성취되어 가고 있는데 정작 아빠의 몸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너무나 높은 산을 넘어 오는 동안 아빠는 너무 힘이 들었던 것이다. 아빠는 죽어가고 있었다. 바보처럼 그 동안의 노력과 고생의 대가도 보지 못하고 아니 인고 끝에 맺어진 그 달디 단 열매를 매정한 엄마에게 고스란히 빼앗기고 아빠는 죽어갔다.
아이의 병세가 극에 달했을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요양차 들렸던 산속 초가에서 이번엔 아빠가 몸과 마음을 뉘였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오로지 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아빠는 죽어갔다. 엎드려 기도하는 자세로, 그 성스러움으로 아빠의 죽음은 다움이의 밑거름이 되었다.
책을 덮었다. 한동안 멀뚱 멀뚱 허공만 쳐다 봤다.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도서관 서고에서 책장들 사이에 서서 읽었던 이 작은 책은 내 몸과 마음을 심하게도 흔들었다. 아팠다.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아팠다. 그냥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읽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