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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문장들 ㅣ 쓰는 존재 4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2월
평점 :
‘그리움의 문장들’을 읽기 전엔 그리움은 막연히 뭔가를 애잔하게 생각하는 감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을 마음에 그리고(새기고) 그 감정 표현마저도 아끼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체득하게 되었다.
사람 냄새가 좋아, 그리운 문장에 끌려 그리움의 연금술사가 되기를 인생 각오로 삼아 그리움에 미쳐 종교를 세우고 스스로 교도가 된 책바치의 글인 이 책은 수많은 그리움을 담고 있어 나의 그리움이 그토록 소중하고 행복한 것임을 알게 해준다.
그리움은 한 곳에 뿌리를 내리면 일생 그곳에서 나무와 같이 자라는 식물성으로 정적이지만 그리움에 사무치면 미치도록 출격하게 하는 동적인 감정이라 하니 그리움이 사무치고 잊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뿌리내린 나무의 역동적인 흔들림이었음에 잘 설명된다. 그리움은 마치 내 몸의 상처처럼 그 마음의 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나를 미치게 하는 상처인 것이었다.
그리운 감정마저도 아낀다는 것은 나의 그리움이 나를 지탱하게 하는 요소로 내가 그리워하는 혹은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냄새가 내 존재의 이유였다.
'그리움의 문장들'을 읽노라면 내가 잊고 있던 소중한 그리움들이 되살아나 나의 감정을 나무처럼 붙들어 그리움의 깊이와 스펙트럼을 넓히느라 책장에 갇혀 헤어나오질 못한다. 팍팍한 세상속에서 선생님 어머님께서 채소대신 꽃을 심어 가꾸셨다는 앞마당의 꽃밭은 어머님 감정의 돌파구이며 교류의 밭이였으며 내게도 그런 곳이 필요함을 깨닫는 순간 나에게도 감정 교류를 할 수 있는 나만의 꽃톡방이 있음에 더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감정은 내버려두는게 아니라 꽃처럼 가꾸고 나무처럼 키우며 종교처럼 온몸으로 느껴야함을 알게 된 나에게 소중한 그리움경전으로 책을 읽은 지 몇 주가 되어도 지니고 다니며 감정이 머무는 곳에서 꼭 꺼내 내 감정의 장소를 책에게 보여준다.



사람냄새가 나서 그리운 문장에 매료되었다. 그리움에 미친 남자가 그리움이라는 종교를 세워 스스로 사제가 되고 교도가 되고 말씀이 된 이야기. 그리움은 식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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