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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아....
제목부터 큰 한숨으로 마음을 내어주고 싶은 책이었다. 바랜듯한 표지와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라는 제목은 아련한 추억과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역시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기 힘겹게 나의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글 사이사이에 나의 감정과 영혼이 들어가 작가의 글이 마치 나의 글인양 이입되 얇은 책을 한 달 넘게 부여잡았다. 철저히 내가 글이 되어 언어를 주고 받았다.
짤막한 글들이라 읽기 쉬웠지만 나에게는 무겁게 다가와서 책을 다 옮기고 싶은 걸 참으며 몇 단락만 힘들게 추려 적어본다. 읽으실 분들은 천천히 그리고 깊이 생각하며 읽으시며 글의 깊이를 느끼시면 좋겠다.
p4

프롤로그에서 나는 이 단락에 사로잡혔다. 소파에서 살랑거리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은 무엇인가 누가 나를 최고의 문장으로 여겨줄 것인가 도대체 최고의 문장으로 수집하고 물든다는 건 뭘까 등등의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p8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언어로 그를 판단하게 된다. 그들이 선택한 언어가 그들이었듯 내가 선택한 언어가 나였던 것이다. 세상의 무수히 많은 언어들 중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을 생각해 보며 내 말들의 무거움과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p21

일상을 돌아보며 내 시간을 어디에 내주고 있는지 생각하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의 일상은 행복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말과 달리 경제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직업이라서 미래를 위해 투자라서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세뇌되어서 내 시간의 진심을 모른 채 난 진심인 시간을 진심인지도 모르게 보내고 있었다. 하루의 단 10분이라도 나의 영혼을 위해 시간을 내주어야겠다.
p25

무언가를 믿는다는 건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었구나. 그녀 때문에 그 때문에 나는 그를 그녀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온전히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지 못해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한다. 또한 믿음은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이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욕심을 잠그는 일은 뭘까... 기대하지 않는 것일까? 그 모습 그대로 지켜보고 인정해주는 것일까?
(...)중략
p246


건강한 몸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근육을 만들듯 언어도 필요 없이 낭비되는 무수히 많은 낱말들 중 적확한 사용과 군더더기를 없애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거구나 하고 반성하며...
나의 언어는 어떤 향과 색을 지니며 누구에게 선을 긋고 어떤 말에 밑줄을 긋는지 멍하니 생각해본다.
림태주작가님의 글은 생각에 생각이 이어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나의 사고가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