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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말한다 - 세계를 바꾼 여성의 연설
이베트 쿠퍼 지음, 홍정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9월
평점 :
세계를 바꾼 여성의 연설문집 추천
이베트 쿠퍼, <여성이 말한다>

이베트 쿠퍼의 <여성이 말한다>
전 세계 여성들의 여성 연설집을 읽게 되었다.
여성 연사들의 연설이라 더욱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인데
결과적으로는 주변에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처음엔 책을 발간한 동기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자가 영국의 현역 정치인이란 걸 알고 나니 굳이 여성 연사의 연설집을 모아 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저자는 몇 년 전부터 이 책을 쓰고 싶었는데, 더 많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지만 동시에 혐오의 대상이 되는 요즘 현실에서 여성들의 공적 발화를 장려하고 싶었다고 한다. 서문에서는 짤막하게 영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받는 공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성의 공적 발화를 공격하는....이런 현상은.. 역시..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구나 싶었다....^^

책에는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노예제 폐지 운동가 소저너 트루스의 AIn't I a Woman, 미셸 오바마의 when they go low, we go high,
마거릿 대처, 엠마왓슨의 he for she, 그레타 툰베리 연설 등
과거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여성 연사들의 연설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영국인이다 보니 절반 정도는 영국 여성들의 연설이고, 나머지는 세계 곳곳 여성들의 연설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연설문'의 모음집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설문과 더불어 그 여성의 삶과 연설 배경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절로 역사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부디카는 아예 알지 못했던 인물인데 책을 읽으며 그녀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소저너 트루스 같은 인물도 학교에서 한국사, 세계사 위주로만 배운 사람이라면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책을 읽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역사 인물들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다.
1988년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파키스탄 총리로 선출된 베나지르 부토의 연설문이 특히 인상깊었다.
1990년 재임 중에 출산한 첫 번째 총리로 당시 민주주의 기반이 약했던 파키스탄에서 자유주의 기반의 여성 총리인 젊은 나이의 부토가 당선된 일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슬람 외부 세계에서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주로 선입견에 기반한) 공격을 받고 이슬람 내부에서는 탈레반을 비롯해 여성 문제에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은 부토
책에는 그녀가 1995년 베이징 제4차 유엔세계여성대회 콘퍼런스에서 한 연설문의 일부가 실려 있었다..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이슬람 세계 내외부에서의 공격을 모두 감내하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여권 신장에 대한 신념을 연설하는 용기가 멋졌다.
여성은 차별과 착취를 일삼는 세력에 홀로 맞서서는 안됩니다. 저는 단테의 말을 떠올립니다. 단테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키는 자를 위해 남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이 세계에서, 여성 해방을 위한 싸움에서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p.123
부토는 비록 이 연설 약 1년 이후 총리직에서 해임당하고 망명길에 오르며
2007년 선거 승리를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탈레반의 공격에 의해 암살되지만
그녀가 유엔에서 연설한 지 약 10몇년 후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나타나 부토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선언한다
한 여성의 용기가 다른 여성의 용기로 이어지듯
부토가 남긴 여성의 역량 강화와 여권 신장에 대한 용기가 말랄라,
그리고 새로운 여성 세대에 영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연설문집이다 보니 절로 빠져들어 읽을 수 있어서 독서 자체도 즐거웠지만,
그 연사의 삶이나 연설의 역사적 배경이 함께 실려 있어서
절로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주변 페미니스트 여자 친구들에게도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지만
연설대회, 영어 스피치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교유당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여성은 차별과 착취를 일삼는 세력에 홀로 맞서서는 안됩니다. 저는 단테의 말을 떠올립니다. 단테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키는 자를 위해 남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이 세계에서, 여성 해방을 위한 싸움에서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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