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하루 - 다정하게 스며들고 번지는 것에 대하여
강건모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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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모, <무탈한 하루>: 다정하게 스며들고 번지는 것에 대하여




이번 달에 나온 신간
강건모의 <무탈한 하루>

평소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올해 제주를 다녀오기도 했고
친한 친구는 번아웃 극복을 위해 제주에 머문다길래 궁금해진 책이었다.


마침 번아웃이 온 참이라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서 머무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머무는 에세이가 읽고 싶었다.

너무 무겁거나 두껍지 않은 양이라 슥 집어들고 읽기 좋았던 책.


작가는 일종의 '자발적 유배'로 4년간 제주 생활을 시작한다.
'이제는 여기서의 나를 바로 보고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글을 보고 과연 나는 요즘의 바쁜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바로 보고 '제대로 존재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연말이라 그런지 올 한 해를 자꾸 되돌아보게 되는데, 너무도 바쁜 삶에 치여서 스스로를 제대로 아껴주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는 '무탈한 하루'에 대해 질문하며 글을 시작한다.

사람마다 무탈함의 의미에 차이가 있는 건 개인의 경험과 소망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탈이 나면 몸과 마음이 괴로워지니 그런 날이 없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럼에도 각자가 바라는 무탈한 하루의 빛깔은 고유한 것입니다. 백명이 있다면 백 개의 하루가, 백 개의 색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색들은 종이에 스며들며 서로에게 번집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삶이라 일컫습니다.

 - p. 10 

작가의 말처럼... 하루가 끝날 때쯤 우리의 종이는 얼룩이 되어 버리고 그 곳에서 흐릿한 무늬로 남은 나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삶은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스며들고 번짐의 연속인데.. 과연 그 스며듬과 번짐 속에서 나는 나를 오롯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가, 생각하게 됐다 




흔히 삶을 재즈에 비유하는데, 재즈곡을 연주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조나 리듬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연주자는 한순간 여기에서 저기로 점프하듯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변화 시점은 곡의 흐름을 주의깊게 간파함으로써 유추할 수도 있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연주하고 있는 삶이라는 음악은 아직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미스 터치도 없다. 음정과 박자가 맞는지 틀리는지 누구도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오직 다음을 향해 치고 나가는 연주자의 감과 용기뿐이다. - p.41

평소에 에세이를 잘 안 읽는 편인데도..
흔한 감성 에세이류(?)가 아니라 저자의 삶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나의 삶과 오늘의 '무탈한 하루'를 찬찬히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끔 이런 책으로 나 스스로의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는 걸 알게 해 준 오늘의 에세이 독서. 

개인적으로 제주 스테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다른 곳에서의 '한달살기'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훌쩍 갖고 떠나 그 곳에서 독서하기를 추천해 주고 싶다. 





겉만 봐선 알 수 없다. 화려하고 안정되고 고고해 보이는 삶을 사는 사람들조차 다른 사람들이 좀체 이해할 수 없는 괴로움을 갖고 있다.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지는‘ 그런 것 말이다. 자신 안의 일이므로 달리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흔히 삶을 재즈에 비유하는데, 재즈곡을 연주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조나 리듬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연주자는 한순간 여기에서 저기로 점프하듯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변화 시점은 곡의 흐름을 주의깊게 간파함으로써 유추할 수도 있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연주하고 있는 삶이라는 음악은 아직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미스 터치도 없다. 음정과 박자가 맞는지 틀리는지 누구도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오직 다음을 향해 치고 나가는 연주자의 감과 용기뿐이다. - P41

사람마다 무탈함의 의미에 차이가 있는 건 개인의 경험과 소망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탈이 나면 몸과 마음이 괴로워지니 그런 날이 없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럼에도 각자가 바라는 무탈한 하루의 빛깔은 고유한 것입니다. 백명이 있다면 백 개의 하루가, 백 개의 색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색들은 종이에 스며들며 서로에게 번집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삶이라 일컫습니다. - P10

그만 돌아서는 내 마음이 이상하게 순했다. 괴롭지 않았다.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환대하는 척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진짜 다정함이 내게 깃든 모양이었다. 오늘은 귤 한 봉지 가득 주고 가셨다.

귤을 까며 이 글을 쓴다. 아무래도 나의 전략이 틀린 것 같다. 추억이 어떤 색을 띠든 추억이듯 다정함도 어떻게 표현되든 결국 다정함이다. 창문을 열자 선선한 바람이 분다. 마당에 열린 달이 시고 달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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