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Sex & Sensibility
한승억 지음 / Socks Puppets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연인관계는 용기 있는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씩씩하게 다가가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남자에 대한 여자의 호감이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로 은근히 나타나고, 그것을 눈치 챈 남자가 용기를 갖고 그녀에게 접근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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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sex & sensibility...

제목부터 원초적이고 만23세 미만의 독자에게 판매 및 구독을 금지한다는 이 책.

그리고 여자에 관한 책인듯하나 저자는 남자...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같은 공공시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책은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중간중간에 글과 함께 그림과 사진이 실려있다.

그러나 흑백사진이라 그런지 잘 안보여서 무엇을 찍은지 도통  알 수 없는 사진이  종종 있다.

어쩌면 의도적인 컨셉일지도 모르겠다.

성에 관해선 알듯모를듯 한것이 왠지  미지의 영역 같으니까...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남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여자의 입장에서 세세하고 담담하게 글이 이어진다.

너무 적나라한 섹스에 대한 문구가 많아서 읽는 사람은 그렇게 마음이 편치 않은데도

저자는 그저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금기시된 성을 마치 고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군살없는 담담한 말투라

읽다보니 처음에는 혼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했지만 나중엔 나도 침착하게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었다. -_-;

 

이 책은 생활의 대부분을 성적인 면으로 연결지어 바라보고 있다.

남녀의 활력과 자신감은 성적 만족에서 오고, 성적만족은 자잘한 스트레스를 날려주며,

성생활에 만족하는 남녀는 그만큼 건강한 사회생활을 구현하면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오르가슴을 느끼는가에 대한 방법에 대한 논의에서 부터

여성이 어떤 남성을 만나야 하는지 또 어떤 부류의 남성을 피해야 하는지,

남녀관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제법 은밀한 이야기를 마치 수학공식을 풀 듯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성욕도 원초적인 본능중의 하나니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보여야만 가능한 것이 섹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섹스는 유치하고 천박한 짓이어서

그에 맞게 가볍고 천박하게 섹스를 누려보라는 저자의 권유는 제법 당돌하나 묘한 울림이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저자가 너무 멀리 나간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문구도 있었다.

홀수사랑 즉, 세 명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섹스를 중년의 연인에게 삶의 활력을 주는 촉매제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지는 30대의 여성들에게 세 번의 만남후, 상대가 마음에 들면 두 번의 잠자리를 갖고, 그것마저 괜찮으면 3의 배수로 사귀는 것을  말하는 3-2-3 방법 권하는 부분에서는

사람을 마치 발정난 동물같이 생각하는 저자의 태도에 불쾌한 마음마저 들었다.

더욱이 사람의 마음은 가둘순 없다며 기혼한 남녀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도의적인 의문을 거론할 것은 못된다고 말한 부분에서

저자가 과연 이런 일을 당해보고 하는 말인가, 저자는 정말 이러한 물음에 이렇게 쿨하게  대답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세상엔 다양성이 존재하고

시간이 흐르면 안목이 바뀌듯 어쩌면 저자의 독특한 안목은 나중에는 일반적인 정서로 자리잡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배부르게 욕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양지로 끌어낸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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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s 2010-04-1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저자입니다.
진지하고 솔직한 서평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