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청소년 권장 도서 시리즈 5
김희숙 지음, 유시연 그림 / 틴틴북스(가문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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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성덕 대왕 신종을 아시나요? 흔히 에밀레 종이라고 말하는 이 큰 종은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종이었으나 혜공왕 때 이르러 완성이 되면서 신라의 대표 유물이 됩니다.


이 종에는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지요. 타종할 때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인신공양(사람이 제물이 되는 것)으로 종을 만들었다는 전설 말입니다.


그 전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종이 만들어지던 시대가 신라가 최고의 불교예술을 꽃피우던 시대였으니 아마도 그런 이야기가 생겨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경전에는 <가릉빈가>라는 새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 새 역시 전설 속의 새인데요. 성덕 대왕 신종에 새겨진 문양입니다.


새 모양의 몸에 머리와 팔은 사람의 형상이고 팔은 사람의 형상이고 용은 꼬리가 달려 있고


머리에는 새의 깃털이 달린 화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자태가 매우 아름답고 소리 또한 묘하여 모음조 호음 미음조라고도 부르며 극락에 깃들인다고 하여 극락조라 부르기도 하지요.


작가는 이 두 개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종을 만드는 장인 가릉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통일 신라 시대 종을 만드는 '가릉'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꿈을 위해 곧 태어날 아이와 아내를 두고 당나라도 떠나게 되면서 잔인하고도 슬픈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배가 부른 아내를 두고 '빈가'라는 아이 이름만 지어준 채 당나라에 12년 동안 유학하러 가 유명한 사람이 된 후 다시 찾아온 집. 그러나 그 사이 빈가는 성덕 대왕 신종을 만들 때 인신공양을 당하고 그 바람에 아내까지 잃게 되지요. 잔인하고 슬픈 운명에 좌절하고 스님을 찾아가 해답을 듣지만 모든 것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종을 만드는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길을 걸어가지요. 가릉 자신이 원하던 길. 갈 수밖에 없었던 길. 최고가 되고 싶었던 그 길을 따라 자신 또한 빈가처럼 종으로 들어가(인신공양) 자신의 삶을 마감합니다.


저는 <가릉빈가>를 읽으면서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라는 작품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그 작품에서도 현실이 비참한 노인이 독 짓는 일에 몰두하다 가마 안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우리 주변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몇 대에 걸쳐 그 직업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문화재같이 귀한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도 장인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자신의 일을 성실히 묵묵히 오래 해내는 사람들도 장인이라 부르지요.


여기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가릉을 보세요.

 슬픈 전설 속에 슬픈 엔딩이지만 운명의 길을 걸으며 최고의 경지에 이르른 그의 삶 또한 의미가 있다 하지 않겠습니까?


이 책은 청소년 친구들에게 참 잘 맞는 내용인 것 같아요. 전설 속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흥미를 끌고요. 무엇보다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딱 맞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자신의 삶을 미칠 때까지 몰두하여 미쳐봅시다.

 


"미쳐야 미친다."

 

 


-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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