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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보라보라의 햇살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까 하는 마음에 찍어 보았으나 역시무리였음을....^^;;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다.
고갱하면 떠오르는 타히티에서도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보라보라'라는 섬에서
프랑스인 남자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일상을 살아가는, 영화를 공부했고 영화감독이 꿈(?)이기도 한 사람.
내가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안 건 이정도이다.
보통의 에세이들과의 가장 큰 차이이며 나에게 신선한 자극과 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더 책을 집중해서 읽으며 에피소드 하나하나도 소홀히 넘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신의 일상을 쓰면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을 수 있구나. 신기하다....(작가의 의도된 작전이었나? ㅋㅋㅋㅋㅋ)
자신이 누구인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그저 자신의 일상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인데 그이야기 속에서 내가 잊고 지냈던 사람에 대한 마음, 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당연한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준다.
남편에게 '돈'이 들어간 선물을 주겠다며 굳은 일도 마다 않고 열심히 알바를 하며 남편을 기쁘게 해줄수 있다는 기대감에
행복해 하는 친구를 지켜 보면서 남들의 낭만에 냉소적이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어린이들과 산에 가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보호자의 입장으로 데려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자신이었으나
오히려 산에 가서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게 되고, 결국 보호자는 내가 아닌 아이들이었다는 머쓱함에 한참을 민망해 했는데
그런 내색 조차 없이 자신을기다려 주는 아이들에게 배운 사람에 대한 배려 그리고 기다림의 여유.
여유롭지만 그 여유안에서도 나름 분주하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라보라섬의 주민들과 가까워지는 여러 과정들.
지천에 널린 고추를 마트에서 돈 주고 사려하니 사지 말라며 집에서 가져온 고추를 한 봉지 안기는 마트 직원,
텃밭과 꽃밭을 가꾸며 부지런해야만 가능한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하시는 옆집 포에 할머니의 알람과도 같은 아침 방문.
항상 무언가를 하나 가득 안고 문을 두드리며 빠지지 않는 일찍 일어나라(작가의 짐작으로는 이 이야기 같다고 한다 ^^;;)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에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이들.
정전이 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는 부부의 마음이 나도 왜그리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곳 역시도 와이파이 너무 빵빵한 이유로 언제나 핸드폰을 들고 살고 드라마에 빠져 살 수 있는 현실이지만
가끔 그렇게 정전이 되었을 때 온전한 보라보라섬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는 그녀.
또, 먼 타국에 자식과 형제를 보내고 염려하고 안쓰러워 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떠올리는 일상들과 기억들 속에서
느끼는 가족에 대한 마음들이 너무 공감이 되고 오버랩 되며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한 친구들과의 일상도 이제는 영상통화나 큰 맘 먹고 방문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함에도
그들과의 애틋한(?) 마음들이 온전히 따뜻하게 나에게 전해져온다.
이 책은...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그들만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에게 큰 웃음과, 미소와, 위로를 줄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가슴 찡한 이 모든 감정을 느끼게 해주어 참 고맙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먹먹하다....
그래서 난...
이 작가가 너무너무 궁금하다.
보라보라섬에 가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