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이다
김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여름을 뚫고 한 여자가 다가왔다. 불꽃의 여자, 최승희. 20세기 전반, 세계적인 무용수로서 세계만방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식민지조선의 동포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다는 전설적인 인물. 그녀가 21세기에 다시 한 마리 나비로 환생했다.

‘나는 춤이다’는 김선우 시인이 또 하나의 타이틀을 갈아치우며, 소설가의 면모를 선보인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강원도 출생이라는 최승희를 그녀가 죽은 이듬해 강원도에서 태어난 김선우 시인이 21세기에 불러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으로 김선우 시인을 알게 된 것도 강원도 출신의 한 선배 언니 덕이었는데, 강원도 여자들에게는 어떤 태고적 원시의 강렬함과 힘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김선우 시인의 첫 장편 소설 발문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님이 써주었다. 작가에게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했던 이도 그라고 한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작가의 산문을 보고 소설을 쓰면 어떤 글이 나올지 궁금하다고 시인에게 소설 쓰기를 권유하셨다는 후문이다. 조세희의 소개처럼 작가는 “시로서 이미 장관을 이루었다”는데 크게 이의가 없을 듯하다. 문단에서도 주목받는 시인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녀의 시와 산문을 통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시인의 이미지는 무척이나 강렬하고 원초적인 여성성과 생명, 영성, 아름다움에의 추구 그런 단어들로 설명될 듯싶다.

시, 아름다움, 나비

‘나는 춤이다’를 읽어가면서 머릿속에 이 세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책을 덮고 났을 때 한 편의 시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인이 쓴 소설이기에 가능하리라. 예술가의 삶은 항상 위태롭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이쪽과 저쪽을 본다. 그래서 항상 외줄타기 하는 광대처럼 인생은 불안정 하다. 최승희의 삶도 영광과 찬사 속에 이름 모를 불안이 엄습해 오곤 했는데, 작가는 그런 내적 묘사와 삶의 위태로움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소설속에서 시인의 언어가 읽혀졌다. 

“몸속에 팬 웅덩이로 별안간 바늘 같은 햇살 한 줌이 쏟아져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p36)"

“강원도 산간에 큰 눈이 내리면 눈 내리는 소리가 화음으로 밤하늘에 가득 찼다. 눈 오는 밤이면 잠들 수 없어 대청에 나가 앉아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 가득 춤이 가득했다. 하늘 가득 거문고 소리가 쏟아졌다. 음악이 이렇게 가득한데 어떻게 잠을 자. 눈 오는 밤 여자는 밤새 마루에 앉아 있길 고집했고 덕분에 감기를 달고 살았다(p65)."

또한 작가는 전쟁과 야만의 시대에 예술로 세상과 소통했던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 무릇 작가란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자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독자와의 관계를 ‘동업자’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는데, 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존재하는 독자들과 호흡한다는 측면에서 아름다움을 통한 적극적인 현실참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우리는, 일상의 일이 된 폭력에 대해 아름다움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p130)."

“그때 여자는 자신이 진심으로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조차 상실한 상태였다. 단지 소름 끼치는 정체감, 오래도록 고여 있어 심장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듯한 정체감을 견디지 힘들었다. 몸을 움직여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이 멎어버리는 순간, 그것이 곧 몸의 타락임을 여자는 그때 알았다. 몸의 타락은 곧장 마음의 타락으로 이어진다. 현상은 본질을 반영한다고 하던가(p144)."

“확실한 건 예술을,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지는 아무 것도 구원할 수 없다는 거예요. 내 말 알겠어요? 정말로 아름다운 건, 자유라는 거거든요!(p192)"

소설을 읽기 전까지 최승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일천했다. 식민지 시대에 온 세계를 무대로 공연을 했으며 굉장히 뛰어난 무용수였다는 것. 최승희에 대해서는 친일부역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그의 공적에 대해서도 찬반이 분분하다고 하는데, 작가가 집중한 것은 인간 최승희였던 것 같다. 그 대단한 행적에 비해 그녀는 그다지 좋은 여건을 갖추고 춤인생을 출발하지 못했으나, 정말 세기를 뛰어넘는 혹은 너무 일찍 찾아온 천재적인 예술가였던 것은 분명하다. 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한 경지를 이루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걸음걸이에조차 자의식이 드러나는 인생을 평범한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p115)."

“나는 오로지 나를 위해 살 것이다, 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나를 포기하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라고 여자는 날마다 속으로 외쳤다(p145)."


소설 곳곳에는 나비가 나온다. 나비를 형상화한 소품과 갖은 비유들. 춤과 나비. 나비의 일생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 많은 작품들에서 나비는 고통을 인내하고 완성을 성취해내는 과정에 비유된다. 하잘것 것 없는 애벌레가, 징그러운 번데기에서 어떻게 화려한 나비가 나오는 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사람이 그려 넣을 수 없는 나비의 화려한 문양이 어떻게 번데기에서 만들어지는지. 아름다움을 위해 인간 최승희가 넘어야 했을 숱한 고난들, 사회적 질시․비난, 시대적 절망 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인간승리가 아닐까 싶다. 지금 어딘가에서 분투하고 있을 이 시대의 ‘최승희’들을 생각하면서 그들 모두에게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도 함께 읽힌다. 또한 작가를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모하게 한 인물이 최승희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정말로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사라진다.

“고통…… 아름다움…… 슬픔…… 아름다움…… 깨어나…… 깨어나…… 깨어나…… 바람 속으로 나비 분이 일었다. 바람, 속으로, 나비, 나비 떼가 날아갔다. 여자가 강물 위 불타는 관 속에 누워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따뜻한가…… 그곳은? 다시 물었다. 춥지 않은가…… 그곳은?(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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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힐 안티링클앤 화이트닝 아이 에센스 - 100ml
하나코스
평점 :
단종


알라딘 체험단에 뽑혀서 쓰고 있습니다.

거의 두달째가 되어가는데, 일단 정말 순합니다.

30대 초반에 잘 웃는 편이어서 잔주름이 많고, 건성에 다소 복합성이 피부인지라 급격히 주름살이 많아지더라구요.

에센스나 아이크링을 쓰려다가 쓰게 되었는데, 일단 무척 순하고 트러블이 없습니다.

저는 트러블이 잘 생기는 피부라서 고가의 좋은 아이크림도 붉게 되기도 하고 따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는 적이 종종 있는데요, 로힐 제품은 무척 순하고 발림성도 좋아서 금방 흡수가 된답니다.

사용기간이 2달 가까이 되어가는데, 얼굴이 전체적으로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눈 가는 잔주름은 자글거리던 애들이 좀 진정되는 느낌 정도는 받고 있습니다.

일단 바르기 전보다는 확실히 관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양도 많고 해서 얼굴 전체에 다 바르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촉촉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농도는 에센스이지만 로숀보다 좀더 매트한 느낌이구요. 얼굴에 두드려주면 금방 스며듭니다.

건성에 잔주름 잘 생기는 피부타입에는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순한 점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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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찰보리빵 30개입
미나미화과자
평점 :
절판


알라딘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됐는데,

100% 찰보리에다 첨가물도 없어서 건강에 좋을 듯 부모님께 선물해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네요..

어릴적에 먹었던 보리개떡이라면서 제과회사로 직접 전화까지 하셔서 시중에서 어떻게 구할수 있느냐고

물어보시기까지 하셨다네요..

 

너무 달지도 않고 쫀득하면서 구수한 맛이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맛있다고 무척 좋아하세요.

평소 별로 좋고 싫은 내색을 안하시는 편이신데,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의 맛인가 봅니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고,  가격만 좀더 저렴하면 마구 마구 사다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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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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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회사 일로 알게 된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거기에서 몇번 일을 통해 만나고 전화하고 밥 먹고 했던 '그녀'. 평소 '오버'다고 생각될 정도의 활달함으로 혀를 내두르게 만들기도 했고, 때론 그런 활달함이 부럽기도 한 터였다.

그런 그녀가 지난 여름에는 모 CF에도 나오는 태국 하룽베이로 여름 휴가를 혼자 다녀왔다고 했다, 그때 스치듯 드는 생각은 잘 안 어울린다는 거였다. 그랬던 그녀가 얼마전의 모임이 끝나고 차를 한 잔 마시는데, 불쑥 가방에서 꺼낸 시집이 바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었다.

참 의외였다, 의외라고 생각했다. 평소 그녀 이미지와는 너무 안 어울린다는 선입견이 컸다.  그런 그녀의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새해에 한달정도 휴가를 낼 거라는 거였다. 연월차 이것저것 다 갖다가 암튼 휴가를 간다는 거였다. 그래서 어디 배낭여행이라도 가나 했는데, 그냥 '방콕'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 시집이 떠올랐고, 그녀는 정말로 '시간'이 필요한 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에 초판이 나왔던 '그때' 봄에 산 시집을 다시 구입했다.  마치 어떤 연쇄반응처럼 내 머리에 그 시집이 콱 박혔고, 나도 다시 그 시집을 꺼냈다. 때로 단지 '베스트 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멀리할 때가 있다. 속으론 "너무 통속해"라고 콧웃음치며 그냥 무시하는 것다. 대중성이라는 것과 예술성과 깊이, 머 그런 것들이 항상 양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녀가 그 철지난 시집을 들고 있을 때 그녀에게도 안 어울릴 뿐더러, 그 철지난 베스트셀러를 들고 있는 폼이 어딘가 모르게 어정쩡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집 아무 곳이나 펼쳐 눈 길 가는대로 읽는다.

아........ 초판이 나왔던 그때, 1998년 4월 10일이라고 써있다. 그러니까, 내게는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해였기도 했고, 설익은 청춘의 열정으로 머리가 항상 뜨거웠고,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위해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던 시기... 자신에게 싸움을 걸고 있었던 시기 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시집의 제목처럼 '잠언시집'을 읽었던 '그때'에도 내 영혼은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던 것 같은데, 그때가 지난 지금에 와서 왜 공허해지는 걸까.

그때 알았던 걸 지금도 알고 있었다면...

그랬다. 빛나던 내 영혼의 이상과 눈물과 고민들. 분명 나는 '그때'는 알고 있었다. 나이와 인성과 열정과 생각과 그에 견줄 수 있는 어떤 심성들, 그런 것들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진즉에 깨달았지만, 내 자신에게도 대입되는 순간 그냥 쓴 웃음이 올라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나아가고 꿈을 향해 가까워지기 보다는 세상의 한 부품이 되기 위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깎이고 깎여서 어떤 자리에 점점 '맞춤'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그다지 많은 물리적 나이를 먹지는 않았지만, 1998년과 2004년 12월 그 사이는 분명 큰 간격이다. 많은 세월이 지난 것이다. 그 세월 속에서 나는 부서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합리화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디자인도 똑같은 이 시집이 단지 책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시점의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 그 서늘했던 시절의 내가 멀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시집을 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면서 자극을 받기 보다는, 아,,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그때 이 글귀를 보면서 내가 이런 위로와 의미를 반추했었지,, 하는 되새김질을 하게 된다. 썩 기분좋지만은 않은.

그때 알고 있었던 걸 지금도 알고 있더라면,

자꾸 그렇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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