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문정희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어느 일몰의 시간이거나

창백한 달이 떠 있는

신새벽이어도 좋으리라


눈부신 화살처럼 날아가

지극히 짧은 일격으로


네 모든 생애를 바꾸어 버리는

축전이 되고 싶다


가만히 바라보면

아이들의 놀이처럼

싱거운 화면, 그 위에 꽂히는

한 장의 햇살이고 싶다


사랑이라든가

심지어 깊은 슬픔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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