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은 상식보다는 수학에 기대어 우주를 이해하려고 한다. 물리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자연이 수학으로 기술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며 물리과학의 핵심 철학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수학은 언어의 하나일 뿐이다. ... 물리의 정수는 수학이라는 형식보다는 그 사고 방식에 있다. 이책의 저자 마쓰바라 다카히코도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 김상욱, 추천하는 글


물리학의 진정한 재미는 계산이 아니라 다른 데에 있다. ... 계산 자체는 재미없지만 계산한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것이다. ... 물리학 연구를 하려면 결국 계산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뉴턴이라는 학자는 무거운 것이 아래로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물건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요? 왜 그런 당연한 일에 의문이 생길까요?" ... 편리한 현대 사회는 물리학의 발전으로 성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또한 무거운 것이 아래로 떨어지는 원인을 규명하려 한 정신이 없었다면 이루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뉴턴은 자신이 만들어 낸 이론 체계를 <프린키피아>라는 저서에 정리했고, 이는 뉴턴 역학이라 불리는 근대 물리학의 규범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뉴턴이 물리학의 세계에서 특별한 존재인 이유다. 


단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원자같이 작은 존재를 색과 모양이라는 일상적인 감각으로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생각이다. 


켈빈 경과 J.J. 톰슨은 원자 속에 양전하를 띤 부분이 있고, 그 안에 음전하를 띤 전자가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원자는 단순히 쪼갤 수 없는 입자가 아니며, 아직 해명되지 않은 내부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러더퍼드 아래에서 일하던 가이거라는 연구자는 러더퍼드의 지시에 따라 금박에 양전하를 띤 '알파 입자'빔을 쏘는 실험을 했다. ... 양전하끼리는 서로 밀어내므로, 알파 입자가 금 원자에 들어가면 원자 전체에 퍼져 있는 양전하 때문에 진로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 진로가 얼마나 꺾이는지 측정함으로써 금 원자 안에 양전하가 어떤 식으로 분포하는지 알아내려 한 것이다. ...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원자 자체보다 훨씬 작은 영역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러더퍼드의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물질 복사의 원인인 진동 에너지에 최소 단위가 있다는 이론이었다. 뉴턴 역학에서는 에너지를 1개, 2개로 셀 수 없는 연속적인 값으로본다. 하지만 플랑크의 이론에 따르면 미시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질에 의한 복사가 작은 입자의 진동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을 때, 그 진동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에는 진동수에 따른 최소 단위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파 자체가 양자화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광양자라고 불렀다. ... 빛을 비롯한 전자기파는 파동이다. 그렇다면 다른 온갖 파동과 마찬가지로 전자기파의 에너지도 연속적인 값을 지녀야만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실제로는 파장에 따라 에너지의 최소 단위가 존재한다. 


드 브로이는 전자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지닌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고전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양자 세계는 그런 임시방편 같은 이론이 아니라, 시종일관 완성도 있는 이론으로 설명해야 마땅하다. 즉 뉴턴 역학과는 다른 '양자역학'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사람은 독일 이론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였다. ...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은 직관적인 상상을 완전히 배제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추상적이로 수학적인 이론이 되었다. ...하이젠베르크의 혁신적인 이론은 보른과 요르단이 행렬이라는 수학적인 도구를 도입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정비되었다. ... 그 후에 양자역학은 전혀 다른 형태로 발전해 나갔으며, 하이젠베르크가 제창한 이론은 훗날 '행렬역학'이라 불리게 되었다. 


슈뢰딩거는 처음으로 드 브로이파의 파동 방정식을 찾아냈다. 이를 '슈뢰딩거 방정식'이라고 한다. ... 슈뢰딩거는 행렬역학과 다른 새로운 양자역학을 발견한 것이다.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을 '파동역학'이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겉모습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양자역학인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거의 같은 시기에 발견된 셈이다. 게다가 두 이론은 겉모습이 전혀 다른데, 어찌 된 일인지 똑같은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었다.


파동함수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그 해답을 내놓은 사람은 이론물리학자 막스 보른이었다. ... 보른은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비한 사람이다. 참고로 유명한 가수인 올리비아 뉴튼 존은 보른의 외손녀다. 보른이 내놓은 해석은 참으로 놀라운 내용이었다. 파동함수가 나타내는 파동은 물결이나 음파처럼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존재할 확률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 보른의 해석은 파동함수를 통해 입자를 발견할 확률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양자역학 이전의 고전물리학에는 그런 모호한 부분이 없었다. 최초 상황을 완전히 알 수 있다면 그 후의 일을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이 아직 불완전한 이론이라서 확률적인 예언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물리학자도 적지 않았다. 그 선두에는 양자론의 개척자인 아인슈타인도 있었다. ... 이를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인간이 측정하든 말든 위치와 속도라는 성질 자체는 존재할 것 같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한 물리적인 수치는 인간이 측정하지 않는 한 확정된 값이 아니라 확률적인 가능성의 집합으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이 측정하고 나서야 확실하게 그 값이 정해진다. 


어쩐 일인지 양자역학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끼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양자 얽힘'이라고 한다.


진공이란 인간이 직접 볼 수 있는 물질이 없는 상태일 뿐이지, 그 밖의 무언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식에 바탕을 둔 추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초속 30만km이어야 하므로, 이 추론이 틀렸다고 해야 앞뒤가 맞는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비상식적인 이론을 펼쳤다. 이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시간과 공간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이 아니며,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즉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이론이 상대성이론이라 불린다. 특수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훗날 아인슈타인이 중력까지 포함하여 일반화한 일반상대성이론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중요한 특징은 중력이라는 힘을 시간과 공간의 성질로 설명해 냈다는 점이다. ... 관성력과 중력은 등가, 즉 똑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등가원리'라고 하는데 아인슈타인은 이를 일반상대성이론의 원리로 삼았다. ... 가속하고 있는 관측자에게는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속함으로써 시공간이 본래 모습이 아닌 휘어진 모습으로 보이므로 물체가 똑바로 운동하지 않게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이것이 관성력의 정체라고 설명한다. ... 등가원리에 따르면 중력과 관성력은 같은 것이므로, 중력의 정체도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생긴다는 말이 된다. 


시공간의 성질은 수학을 이용해 정확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바로 '리만 기하학'이라고 하는 휘어진 시공간을 다루는 수학이다. 리만 기하학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제창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수학의 한 분야다. 리만 기하학이 생길 당시에는 아무도 이것이 현실 세계를 나타내는 수학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순수한 사유의 결과물일 뿐이었으며,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리만 기하학에 관해 알지 못했다. 아인슈타인도 처음에는 이를 몰랐고, 오랜 친구이기도 했던 수학자 마르셀 그로스만의 도움으로 리만 기하학을 습득했다. ... 만약 그 당시에 리만 기하학이 없었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까지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거의 재현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중력이 약할수록 만유인력의 법칙과 일치하고, 반대로 중력이 강한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두 가지 이론 중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용해 수성 궤도를 세밀하게 계산해보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오차가 생긴다. ... 수성은 태양과는 거리가 가장 가까운 행성이라 강한 중력을 받는다. ...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함과 동시에 이를 이용하여 수성 근일점의 이동 거리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만유인력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오차를 완벽하게 설명해 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1919년에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이 이에 관한 유명한 실험을 했다. 에딩턴이 이끄는 관측 팀은 아프리카 서해안에 있는 프린시페섬에서 일식이 일어날 때 태양 근처의 별빛을 관측했다. 당시 측정기술은 그리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 관측 결과는 신문과 잡지에서 크게 보도되었고, 아인슈타인은 과학 세계를 바꾼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기본 입자의 표준 모형은 실험 결과를 설명한다는 의미로는 정말 훌륭한 이론이다. 그렇다고 더 연구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표준 모형이 성립하는 이유는 아직 실험할 수 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확실하게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이 이미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근거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표준 모형에서 중력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 입자의 성질 등을 알아보는 미시 세계의 실험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있고, 시공간의 휘어짐을 알아보는 거시 세계의 실험에서는 양자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는 두 이론이 동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상황을 만들어 내어 실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원리적으로는 미시 세계에서도 일반상대성이론의 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날 때가 있다. 바로 매우 큰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을 때다. 에너지는 질량과 같은 것이라서 그 자체가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 현재 우주에서 힘든 일일지라도 옛날 우주라면 상황이 다르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과거로 갈수록 우주는 작아진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는 한없이 크기가 작아지며, 그 안에 지금 보이는 범위의 우주 전체가 들어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까 언급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좁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을 것이다. ...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려면 양자론이나 일반상대성이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함께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이 필요하지만, 그런 이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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