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에게1>
너는
나만의 것은 아니면서
모든 이의 것
모든 이의 것이면서
나만의 것
만지면
물소리가 날 것 같은
너
세상엔 이렇듯
흠도 티도 없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비로소 너를 보고 안다
달이여
내가 살아서
너를 보는 날들이
얼마만큼이나 될까?
<보름달에게2>
...
내가 죽으면
너처럼 부드러운 침묵의 달로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에
한 번씩 떠오르고 싶다
<낡은 구두>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 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 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