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죽음이라는 말을 잘 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말해 그만큼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어리석은 자는 항상 삶 다음에 죽음이 오지만 현명한 사람은 죽음 다음에 삶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생사 결단'한다고 하지 않고 '사생 결단'한다고 말한다. ...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직역을 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런 한국말이 되자면 그 순서를 바꿔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해야 한다.


사람을 욕할 때 우리는 '덜됐다', '못됐다'라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칭찬할 때에는 '사람 됐다' 혹은 '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은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끝없이 완성을 향해서 '되어가는 것', '변화해 가는 것'이라는 한국인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말이다. ... 인간은 가장 불완전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짐승들보다 발전할 수가 있었다는 헬더 같은 사상가의 생각이다. ... 이런 결핍과 불완전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끝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고 보완하는 기술과 문명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말의 가르치다가 밭을 가는 것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비해서 교육(education)이라는 영어는 젖을 먹인다는 라틴어의 에듀카레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교육은 젖먹이는 것, 그래서 성장시켜 간다는 뜻이다. 


송강은 <속미인곡>에서 이 낯빛이라는 말을 절묘하게 구사하여 한국인의 섬세한 표정관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 있게 보여 준다. "반기시는 낯빛이 예와 어찌 다르신고."라는 시구가 그것이다.


봄은 꽃을 본다고 해서 봄이고 여름은 그 꽃이 열매를 맺으니 여름이다.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 셈치고'라는 말을 잘 쓴다. 그래서 도둑맞은 셈치고, 술 마신 셈치고 객쩍은 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 께름칙한 일이 있어도 그보다 더 큰 손해를 보거나 화를 입은 셈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불행중 다행이라는 말도 근본적으로는 모든 것을 죽은 셈치고 생각하는 삶의 계산법인 것이다. 죽은 셈치면 어떤 불행한 일도 다행으로 보인다. 


흔히 하는 소리지만 일이라는 한국 말 속에는 부정적인 뜻이 숨어 있다. '일 없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안심을 한다. 편지글 중에도 최상의 소식은 아무 일 없이 지낸다는 것이다. 


모델 샘플 등의 본보기들은 일종의 정보이다. 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계속 넘어져도 끝까지 연습해서 성공을 하는 것은 자기 눈앞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본래 공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만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무원의 자리는 국민 전체의 것이지 몇몇 일부의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 공평하게, 무사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형식에 흐르기 쉽고 원칙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8세기 때 미국의 개척자 존 채프먼은 평생을 길가에 사과 씨와 사과나무를 심고 다닌 사람으로 유명하다. 다음 세대의 개척자들과 나그네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자니의 사과 씨(Johnny Appleseed)'라는 숙어가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근대 문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문학의 전통적 특성은 그 유명한 주신 구라처럼 원수 갚은 이야기라고 한 적이 있다. 현실 속이든 이야기 속이든 세계 어는 나라에도 일본처럼 복수극이 많은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갚는 문화이다. 원수도 갚고 은혜도 갚는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할 때 '스미마셍'이라고 한다. '스미마셍'은 아직 갚아야 할 것이 덜 끝났다는 뜻이다. 17세기 때 통신사로 일본에 갔더 남욕익은 이러한 일본인들의 기질을 보고 "실낱 같은 은혜도 골수에 새기고 털끝만한 원망도 갚고야 마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는 푸는 문화이다. 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는 심심한 것까지 풀어 심심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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